[자본시장 속으로] 크래프톤, 공모가액 산정에 아쉬움이 남는 이유

입력 2021-06-30 13:12 수정 2021-06-30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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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흠 회계사.
▲박동흠 회계사.

지난 16일 올해 공모주 최대어인 게임 기업 크래프톤이 증권신고서를 공시했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7월 14일부터 15일까지 투자자를 공개 모집해서 상장을 진행할 예정인데 공모가액의 밴드는 45만8000원에서 55만7000원이라고 한다. 공모가액은 기관투자자의 수요예측을 거쳐 7월 12일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회사는 이번 기업공개를 통해 5조 원이 넘는 투자금을 모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기업공개 역사상 최대 규모이다. 그러다 보니 세간의 관심이 클 수밖에 없었는데 막상 증권신고서를 펼쳐보니 공모가액이 비싸다는 느낌이 들어서 실망하는 분위기도 역력하다.

단순히 1주당 40만 원이 넘어서 비싸다는 의미는 아니다. 지난해 회사 순이익이 5563억 원이고 상장 후 발행 주식 수가 5000만 주에 달하기에 1주당 순이익이 1만1000원이 넘는다. 여기에 엔씨소프트의 순이익 대비 주가 배수(PER)인 38배 정도만 대입해도 1주당 주가는 40만 원이 훌쩍 넘는다.

문제는 공모가액 산정근거가 납득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통상 이익실현기업들의 공모가액은 최근 순이익에 유사기업들의 PER 평균값을 대입해서 산정한다. 회사는 공모가액 산정을 위한 유사기업으로 국내 게임 대표기업인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을, 해외 상장기업인 넥슨과 넷이즈, 블리자드를 선정했다.

넷이즈와 블리자드의 시가총액이 무려 80조 원이 넘는다. 또 두 회사의 순이익 모두 크래프톤 보다 5배 크기 때문에 체급도 맞지 않는다. 회사는 이들 기업 외에 세계적 애니메이션 기업 월트디즈니와 엔터기업인 워너뮤직그룹까지 유사기업으로 포함했다. 월트디즈니는 시가총액이 350조 원이 넘고 순이익은 크래프톤 대비 7배가 넘는다. 체급이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회사 내용도 크게 연관이 없어 보인다.

결국, 회사의 공모가액은 PER 88배인 월트디즈니를 포함한 여러 유사기업의 평균 PER 45배에 2021년 1분기 순이익의 연 환산 값을 곱해서 산정했다. PER이 높다는 문제도 있지만 1분기 순이익을 연 환산한 과정도 석연찮다.

지난해 회사의 실적 추이를 보면, 1분기 때 5000억 원대가 넘는 매출액을 기록했는데 2분기부터 3000억 원대로 내려앉아 버렸기 때문이다. 즉 겨울방학으로 인한 계절성이 있는데도 단순히 연 환산(1분기 순이익 x 4)했다는 점에서 의문이 남는다.

그리고 올 1분기의 매출액과 순이익 지난해 1분기보다 모두 줄었기 때문에 어쩌면 실적이 전반적으로 내리막 추이를 보인다는 해석도 나온다. 그렇기 때문에 공모가 산정을 위한 실적도 조금 보수적으로 산정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이렇게 크래프톤의 공모가격에 대하여 비판적으로 얘기하는 데는 그동안 게임주 상장과 관련된 이른바 ‘흑역사’가 많았기 때문이다. 2015년 11월에 상장했던 더블유게임즈는 공모가액 산정 시 유사기업으로 선정한 게임 기업들의 평균 PER이 25배였는데, 77배나 되는 기업을 하나 더 추가시키면서 34배가 됐다.

그 배수에 실적을 대입하면서 공모가액 부풀리기 논란이 제기된 적이 있다. 이 회사는 당시에 6만5000원으로 상장했는데 상장 당일 주가가 공모가액을 웃도는가 싶더니 이내 내리막을 탔다. 주가가 공모가액을 회복하는데 무려 20개월이나 걸렸다.

2017년 5월에 상장한 넷마블도 마찬가지였다. 거대 글로벌 플랫폼기업인 텐센트와 넷이즈를 유사기업으로 선정한 것도 문제였는데 공모가액 산정방법이 희한했다. 이 기업들과 엔씨소프트의 높은 PBR(주가 순자산 비율), PSR(주가 매출 비율)을 단순평균해서 계산한 배수를 적용해 공모가액 15만7000원을 산정했다.

이 기업 역시 상장 당일 주가가 잠깐 공모가액을 웃돌더니 바로 추락하면서 몇 달간 고생한 기억이 있다. 대형게임사들의 안 좋았던 상장과정을 기억하는 투자자들이라면 아무래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편, 지난 25일 금융감독원은 크래프톤의 증권신고서가 투자자의 합리적인 투자판단을 저해하거나 중대한 오해를 일으킬 수 있다는 취지로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크래프톤은 공모가액과 일정 등 전반적으로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이제 주식시장의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만큼 어떤 수정본을 제시할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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