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30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경실련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엉터리 집값 통계가 불공정 과세를 조장하고 있고, 잘못된 시장 진단으로 부동산 실책을 양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이 이렇게 비판하는 근거는 정부가 산정했거나 주장하는 집값 지표들이 모순을 일으키고 있어서다. 그간 정부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서울 아파트값이 17% 올랐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매기는 주택 가치이자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과세 지표인 공시가격 상승률은 정부가 주장하는 집값 상승률의 네 배가 넘는다. 2017~2021년 서울 공동주택 공시가격(매년 1월 1일 기준)은 71.9% 올랐다.
2017년 당시 서울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반영률)은 66%였다. 정부가 주장하는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이 맞는다면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98.3%에 달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가 올해 발표한 서울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70%에 그친다.
경실련이 분석한 75개 표본 아파트의 시세와 공시가격 추이를 비교하면 모순은 더 뚜렷해진다. 경실련은 KB국민은행 자료를 활용해 서울 25개 구에서 구별로 표준지 아파트나 대단지 아파트를 세 개씩 표본을 정해 시세를 분석했다.
2017년 5월 이들 아파트 시세는 공급면적 99㎡형 기준 평균 6억2000만 원, 공시가격은 평균 4억2000만 원이었다. 정부 주장을 따르면 올해 초 시세가 7억2000만 원까지만 올라야 맞는다. 올해 이들 아파트 공시가격은 평균 7억8000만 원에 못 미친다. 이대로면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108%가 넘는다. 정부가 공시가격을 지나치게 높게 산정했거나, 정부가 집값 상승률을 실제보다 낮게 집계했다는 뜻이다. 경실련은 표본 아파트의 올해 초 시세가 11억1000만 원이라고 추산하며 후자를 주장했다.
경실련은 "아파트값 통계 및 공시가격 통계를 왜곡하는 정부 산하기관인 한국부동산원은 관련 예산을 얼마나 지급받는지, 어떤 전문가가 (통계 생산에) 참여하고 누가 심의해서 결정하는지 낱낱이 밝혀 공개 검증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