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가뭄도 '팬데믹'…전세계 이상 기후로 신음

입력 2021-06-30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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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으로 바닥을 드러낸 미국 로스앤젤레스 아주사 지역 샌 가브리엘 강. (뉴시스)
▲가뭄으로 바닥을 드러낸 미국 로스앤젤레스 아주사 지역 샌 가브리엘 강. (뉴시스)

전대미문의 전염병으로 신음하고 있는 세계에 또 다른 재난이 유행처럼 돌고 있다. 바로 기후 변화에 따른 가뭄이다.

이상 고온으로 20년 대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미국 서부는 물론, 캐나다, 브라질, 아프리카 까지 전 세계에서 이상 기후가 나타나고 있다. 가뭄과 기후변화는 더는 특정 국가와 지역, 대륙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마치 팬데믹처럼 지구 곳곳이 기후변화로 신음하고 있다.

갈라진 저수지…'20년 대가뭄'으로 신음하는 미국

▲24일 가뭄으로 갈라진 바닥을 드러낸 캘리포니아주 아주사 지역의 샌 가브리엘 강과 호수. (신화/뉴시스)
▲24일 가뭄으로 갈라진 바닥을 드러낸 캘리포니아주 아주사 지역의 샌 가브리엘 강과 호수. (신화/뉴시스)

미국은 2000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가뭄이 20년 이상 지속되고 있다. 이른바 '20년 대가뭄'이다. 가뭄은 이례적인 폭염과 함께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가뭄으로 표면이 건조해 온도가 더 높아지고, 더운 날씨가 다시 가뭄을 부르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아직 6월인데도 미 서부는 40도를 넘는 이상 고온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8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따르면 워싱턴주 시애틀은 전날 1945년 이후 역대 최고 기온인 40.0도를 기록한 데 이어 42.2도까지 치솟았다. 오리건주 포틀랜드 역시 3일 연속 기온이 40도를 웃돌고 있다. 26일 41.7도, 27일 44.4도, 28일 46.1도 등 기온이 계속 오르고 있다.

심각한 가뭄은 해당 지역 농업에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다. 아이오와주에선 경지면적의 41%가 농사짓기 어려울 정도로 땅이 심각하게 말랐다. 아이오와는 전미 옥수수 생산량 1위, 대두 생산량 2위를 차지하는 미국의 주요 곡물 생산지다.

일부 지역에서는 어류 멸종까지 우려하고 있다. 이상 고온으로 강에 서식하는 기생충이 많아지며 물고기가 살 수 없는 환경이 돼가고 있다. 캘리포니아 북부 원주민인 유록(Yurok) 부족의 수석 물 정책 분석가 마이클 벨치크는 뉴욕타임즈에 "어린 연어들이 기생충 감염으로 죽은 채 발견되고 있다"며 "이것은 정말 재앙"이라고 강조했다.

브라질 100년 만에 최악의 가뭄…전력난까지

▲팬데믹으로 50만명 이상이 사망한 브라질에서는 가뭄이 또 다른 위협이 되고 있다. 사진은 20일 한 여성이 리우데자네이루 코파카바나 해변에서 코로나19 사망자를 추모하기 위한 장미를 두는 모습이다. (AP/뉴시스)
▲팬데믹으로 50만명 이상이 사망한 브라질에서는 가뭄이 또 다른 위협이 되고 있다. 사진은 20일 한 여성이 리우데자네이루 코파카바나 해변에서 코로나19 사망자를 추모하기 위한 장미를 두는 모습이다. (AP/뉴시스)

코로나로 50만 명이 사망한 브라질은 가뭄이 또 다른 위협이 되고 있다. 가뭄이 농어업은 물론 전체 브라질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어서다. 특히 브라질 최대 곡창지대인 상파울루주와 마투그로수두술(Mato Grosso do Sul)주가 가장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다. 두 지역은 지난해 11월부터 올 3월까지 우기의 강수량이 20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1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브라질은 약 100년 만에 최악의 가뭄으로 수백만 주민들이 단수 상황에 직면했다. 750만 명이 사는 상파울루시 수원인 칸타레이라 저수지의 올해 저수량은 전체 용량의 10%도 되지 않는다.

브라질리아대학교 호세 프란치스코 곤칼베스 생태학 교수는 가뭄이 브라질 국내총생산(GDP)의 약 30%를 차지하는 농업에 심각한 충격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가뭄으로 작황이 악화하며 전 세계 농산물 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질 거라 우려했다.

브라질이 전력 생산의 약 65%를 수력 발전에 의존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곤칼베스 교수는 수력발전이 위축돼 브라질 기업과 가계의 전기료 부담이 최대 40% 높아질 것이란 암울한 분석을 내놓았기도 했다.

아프리카, 가뭄으로 심각한 '식량 위기'

▲데이비드 비즐리 세계식량계획(WFP) 사무총장은 최악의 식량난에 직면한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사태에 대해 국제 사회의 도움을 호소하고 있다. (AP/뉴시스)
▲데이비드 비즐리 세계식량계획(WFP) 사무총장은 최악의 식량난에 직면한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사태에 대해 국제 사회의 도움을 호소하고 있다. (AP/뉴시스)

경제 대부분을 1차 산업에 의존하고 있는 아프리카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특히 마다가스카르는 지난해부터 계속되고 있는 가뭄으로 심각한 식량 위기를 겪고 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최근 마다가스카르 남부지역 130만 명이 긴급한 인도적 지원이 필요하며, 5세 이하의 영유아 약 13만 명이 심각한 영양부족 상태에 처해있다고 발표했다.

소말리아 역시 심각한 식량 위기를 맞고 있다. OCHA는 이달 초 "소말리아에서는 273만에서 283만 명 정도의 사람들이 식량 위기를 겪고 있다"며 "올해 4월에서 9월까지는 사태가 더욱 나빠져 전국적으로 식량안보에 큰 위기가 닥칠 것이다"라고 밝혔다.

식량 위기는 국제 밥상 물가로도 나타나고 있다. 4일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지난달 10년 만에 최고 상승 폭을 기록했다. 전월 대비 4.8% 상승한 127.1포인트였다. 월간 상승률로는 2011년 이후 10년 만의 최고치다.

데이비드 비즐리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사무총장은 지난해 “세계가 코로나19만큼 심각한 ‘기아 팬데믹’에 직면할 수 있다”며 "국제 지원이 없으면 아프리카는 인류 멸망 수준의 기근을 겪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그의 경고는 이제 현실화돼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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