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짜리 '코로나 보험' 출시, 정부 경고 때문?

입력 2021-07-0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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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부작용 상품 만들지 말라” 당국 우려 목소리

'아나필락시스 진단'에만 보장
"당국, 백신 불안감 조성 우려"

▲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예방접종센터에서 시민들이 화이자 백신을 접종받은 뒤 이상반응 여부 등을 살피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예방접종센터에서 시민들이 화이자 백신을 접종받은 뒤 이상반응 여부 등을 살피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험사들이 출시하고 있는 코로나 보험(속칭 백신 보험)이 반쪽짜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백신 부작용을 보장한다는 목적인데 사실상 ‘아나필락시스 진단’ 시에만 보험금을 주는 상품이라, 백신 부작용과는 큰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의아한 건 기존에 상품을 출시한 보험사뿐만 아니라, 새로 출시하는 보험사들도 아나필락시스 진단만 보장하는 비슷한 상품으로만 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보험업계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항변한다. 백신 부작용 상품을 만들지 말라는 당국의 경고음이 강했기 때문이다.

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현대해상, 교보라이프플래닛 등은 백신 부작용 보험을 건강보험 특약 또는 주계약 단독 상품으로 출시한다. 이들 상품이 속칭 백신 보험 또는 백신 부작용 보험으로 불리지만 공식적으로는 아나필락시스 진단비 보험(주계약) 또는 특약이다.

아나필락시스란 음식물, 독소, 백신 등 특정 외부 항원에 반응해 일어나는 급성 전신성 알레르기 질환을 가리킨다. 피보험자가 아나필락시스 진단을 받았을 때 보험금을 지급하며 이를 제외한 다른 부작용은 보장하지 않는다.

아스트라제네카(AZ)·얀센 등의 부작용으로 꼽히는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 또는 백신 접종 후 흔하게 발생하는 발열·두통·오한 등으로 병원을 찾았을 때는 보험이 무용지물인 셈이다.

현재 판매하고 있는 백신 부작용 보험은 삼성화재 응급의료 아나필락시스 진단비 특약과 라이나생명의 미니보험 (무)안심되는 아나필락시스쇼크진단보험 등 2개다. 삼성화재 상품의 경우 응급실에서 아나필락시스 진단을 받으면 연간 1회에 한해 200만 원을 준다. 라이나생명은 진단 확정 시 최초 1회에 한해 최대 200만 원을 지급한다.

후발주자로 나선 보험사들은 차별화를 통해 경쟁력을 높일법 한데도, 앞선 보험사 상품과 크게 다르지 않게 상품을 출시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새롭게 출시하는 보험사는 차별을 두고 싶어했지만 그렇게 못한 이유가 있다”며 “백신에 대한 국민 불안감 조성을 우려한 당국이 백신 부작용 상품 출시와 마케팅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백신 부작용을 보장하는 상품은 충분히 만들 수 있지만, 못 만들고 있는 것”이라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이 같이 백신 부작용과 큰 연관성이 없는 상품임에도 ‘백신 보험’ 마케팅은 영업현장에서 번지고 있어 소비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다른 관계자는 “속칭 ‘백신 보험’이라 불리는 보험 상품은 백신 부작용 중 아나필락시스만, 그것도 진단비 몇백만 원을 지급하는 형태”라며 “소비자는 앞으로 쏟아질 ‘백신 보험’의 정확한 보장 내용을 이해하고 상품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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