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전력 생산의 60%를 석탄과 LNG 등 화력 발전에 의존한다.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기 위해 에너지 전환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획기적인 개선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당분간은 전통적 에너지원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전기차 보급이 확대되면 그만큼 많은 양의 전력이 필요하다. 이 전력 역시 상당수를 화력 발전에 의존해야 한다. 친환경차로 알려진 전기차도 탄소 발자국을 남기게 된다. 전기차 시대가 본격화하기 전까지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함께 보급해야 탄소 배출을 효율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자동차 업계와 학계에서는 현시점에서 하이브리드와 전기차의 탄소 배출량에 큰 차이가 없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모델을 모두 보유한 현대차 '코나'로 탄소 배출량과 사회적 비용을 비교하면 이 분석을 이해할 수 있다.
먼저, 코나 하이브리드의 연비는 1리터당 19.3㎞로 1㎞당 82g의 탄소를 배출한다. 자동차를 10년 동안, 15만㎞ 주행한다고 가정하면 코나 하이브리드가 배출하는 탄소는 1230㎏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코나 전기차의 전비는 1킬로와트시(kWh)당 5.6㎞다. 전기차의 탄소 발자국을 분석하려면 발전 과정의 탄소 배출량을 따져야 한다. 글로벌 투자 운용사 번스타인의 연구기관 ‘번스타인 리서치’에 따르면, 1kWh 어치의 전력을 생산할 때 천연가스(LNG)와 석탄은 kWh 당 각각 450g, 1000g의 탄소를 배출한다.
전력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발전의 37%는 석탄(유연탄ㆍ무연탄)이, 22.5%는 LNG가 책임졌다. 이 가운데 상대적으로 적은 탄소를 배출하는 LNG를 기준으로 삼아 계산하면, 전기차가 1㎞를 주행하기 위해서는 80g의 탄소를 배출하는 만큼의 전력 생산이 필요하다.
하이브리드와 마찬가지로 전기차가 10년간 15만㎞를 주행하면 총 1205㎏의 탄소를 뿜어낸다. 하이브리드와 전기차가 남기는 탄소 발자국이 각각 1230㎏, 1205㎏으로 큰 차이가 없음을 알 수 있다.
두 모델이 배출하는 탄소가 얼마나 많은 사회적 비용을 초래할지 또한 추산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이산화탄소 1톤이 배출될 때 사회가 1년간 부담해야 하는 경제적인 비용을 돈으로 환산한 것을 ‘이산화탄소의 사회적 비용(SCC)'이라고 한다.
유럽연합 배출권거래제(EU-ETS), 미국 환경보호청(EPA) 등이 추산한 SCC를 원화로 환산하면 3만9724원/톤이다. 탄소 1톤이 배출되면 3만9000원가량의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는 의미다.
이를 코나에 적용하면 하이브리드는 4만8860원, 전기차는 4만7867원 규모의 비용이 발생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둘 역시 유사한 수준이다. 전기차가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절대적 수단이 아님을 보여주는 사례다.
민경덕 서울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는 “현재의 전력 믹스(Mix)를 고려한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의 전 주기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유사한 수준”이라며 “중단기적으로 비용 대비 효과가 우수하고 안정적인 발전과 전환을 대비할 수 있게 하는 하이브리드차 보급정책을 장려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