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방로] 금융시장과 스포일러

입력 2021-07-0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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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검색을 하다 보면 영화 관련 게시물에 ‘스포주의’, ‘스포포함’ 등의 문구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여기서 ‘스포’란 영어 스포일(spoil, 망치다)의 줄임말로 해당 게시물에 영화의 주요 내용이나 결말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스포주의’란 결말을 미리 알게 되어 영화의 재미를 ‘망칠’ 수 있으니 아직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들은 게시물을 읽기 전에 주의하라는 일종의 네티켓(네트워크 에티켓) 문구이다.

마지막 결말이 상당히 충격적이였던 어벤져스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경우 2019년 개봉 당시 역대 최단 기간인 개봉 11일 만에 관객 1000만 명을 돌파하고, 역대 외화 흥행 2위에 올랐다. 영화의 인기가 뜨거웠던 만큼 스포일러(spoiler)에 대한 논란도 상당하였는데, 인터넷 검색 중에 예상치 못한 댓글로 스포를 당하거나 영화관에서 관람 시간을 기다리다 다른 관객의 입을 통해 결말을 들었다는 사람이 비일비재하였다. 심지어 홍콩에서는 상영관 입구에서 영화의 주요 내용을 크게 떠들던 남성이 집단 구타를 당하기도 하였다.

이와 같은 스포일러는 오래전 개봉된 브루스 윌리스 주연의 영화 ‘식스센스’처럼 주로 충격적인 반전 결말이 있는 경우에 성행하기 시작하였는데, 최근에는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같은 예능에서도 스포일러가 제작자들의 큰 골칫거리가 되었다. 특히, 인터넷이나 SNS 등이 발달하면서 스포일러는 더 빠르고 다양하게 확산되고 있어 이를 막기 위한 노력도 치열하다.

요즘 불확실성에 가득 찬 금융시장을 들여다보고 있자면 재미있는 상상을 하게 된다. 각 국의 정부나 중앙은행, 금융기관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각자의 엄선된 논리로 향후 시장을 전망하고 정책의 향방을 제시하고 있다. 예측하지 못한 변수로 생길 수 있는 시장의 충격을 최소화하고자 다양한 시나리오를 내놓고 정책을 예고하는 모습에 문득 스포일러를 떠올리게 된다. 단순하고 실현 불가능한 상상이지만 금융시장에도 확실한 결말을 알려주는 스포일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미국 정부와 연방준비제도(Fed)는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미연준 위원들의 점도표는 2023년 금리 인상을 예고한 상태이다. 일부 위원이 2022년 인상 필요성도 제기했지만, 곧 파월 의장은 조기 금리 인상에 선을 그었다. 지난달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는 ‘테이퍼링 논의 여부에 대한 논의’가 있었으며, 국제통화기금(IMF)은 미연준의 테이퍼링 시점을 내년 상반기로 제시했다. 한국은행도 여러 차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내비치다, 지난달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지난 2일 금융위원회는 “저금리 상황에 익숙했던 시장 참여자들에게 이제 금리 상승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가상화폐나 부동산 같은 자산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 전망했다.

시장이 어떻게 움직일지는 누구도 정확히 예측할 수 없지만, 많은 시장참여자들이 소위 스포일러의 역할을 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금리 인상과 테이퍼링 가능성에 대해 일찌감치 앞당겨 예고하고 재차 언급하며 시장에 미리 준비하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이는 미리 소통하는 과정에서 시장에 선반영 시키고, 악재의 공포와 우려보다는 불확실성의 해소로 충격을 완화시키기 위함일 것이다. 금융시장엔 영화와 같은 충격 반전이 달갑지 않으므로.

금융은 국가와 가계 경제의 근간이다. 특히, 개인에게는 근로소득과 함께 투자소득이 점점 중요해 지고 있다. ‘금융 스포일러’의 메시지에 일상적인 관심이 필요한 이유이자,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서 고객이 자산을 지키고 증식시키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금융기관도 종합자산관리 서비스를 강화하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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