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의 역설] 4~7% 올릴 때 저소득층 근로소득 가장 안정적 증가

입력 2021-07-0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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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1-07-04 19:1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최저임금 두 자릿수 인상하자 소상공인ㆍ자영업자 직원수 줄여

최저임금위 비합리적 결정 문제
근로자위원 자신 이해관계 초점
정부, 구조적 모순 알고도 방치
합의 과정에서 산업별 고려해야

4일 이투데이가 2003~2019년 최저임금 인상률과 소득 분위별(1~10분위) 가구 근로소득 증가율(4분기 기준) 간 피어슨 상관계수를 분석한 결과, 저분위는 최저임금 인상률이 높아질수록 근로소득 증가율이 낮았다. 피어슨 상관계수는 한 변수가 다른 변수와 얼마나 관련이 있는지 알아볼 때 가장 보편적으로 이용되는 통계기법이다. 이 지수는 -1부터 1 사이로 나타나는데 -1이면 완전히 반대 1이면 완전히 똑같다는 뜻이다. 예컨대 사람의 키와 몸무게 사이 상관계수는 0.7~0.8 정도로 나오는데 이는 키가 클수록 몸무게도 많이 나간다는 상관관계가 형성된다. 조사에서 키가 크고 마른 사람도 있고 키가 작고 뚱뚱한 사람도 있어 1이 아닌 숫자가 나오는 것이다.

1분위(하위 10%)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준에서 상관계수가 -0.566을 보였다. 2분위(하위 10~20%)와 3분위(하위 20~30%)는 1분위와 비슷한 상관계수를 보였으나, 통계적 유의수준을 다소 벗어났다.

최저임금 인상률 상승에 따른 근로소득 증가율 상승은 10분위(상위 10%)에서 두드러졌다. 4~9분위는 분석 결과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다.

저소득층 임금수준 향상을 위해 도입된 최저임금 제도가 저분위 소득을 줄이고 고분위 소득을 늘린 결과를 낸 결정적인 배경은 비합리적 최저임금 결정이다. 여기에는 최저임금위원회의 구조적 문제와 정부의 실책, 심의에 참여하는 이해관계자들의 이기심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정권 입맛에만 맞춘 정부의 실책 = 최저임금 심의·결정권을 지닌 최저임금위원회는 ‘대화 없는 사회적 대화기구’라는 구조적 모순을 지니고 있다. 근로자위원 9명, 사용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으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노사 양측은 매년 다음연도에 적용할 최저임금 요구액을 제시한다. 노사의 입장 차는 늘 극단적이다. 올해 심의에선 내년 인상률로 노동계는 23.9%, 경영계는 0%를 제시했다.

노사가 합의로 최저임금을 결정한 사례는 드물다. 가장 최근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8년(적용연도 2009년)이다. 대부분 노동계안과 경영계안을 복수로 표결에 부치거나, 공익위원안을 단독 표결에 부치는 방식으로 최저임금이 결정됐다. 따라서 노동계안이나 경영계안 중 공익위원의 표를 많이 얻은 안대로 결정되거나, 대통령이 임명하는 공익위원들이 정권의 정책기조를 고려해 최저임금액을 정했다. 인상률이 극단적으로 변동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적용연도별 최저임금 인상률을 보면, 2017년 7.3%였던 인상률은 경기하강기인 2018년 16.4%로 급등하고, 이듬해 10.9%로, 2020년에는 2.9%로 급락했다.

이런 상황은 일자리 공급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최저임금이 소상공인·자영업자의 경영활동에 지장을 미치는 정도로 인상되면,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직원을 줄여 대응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일자리안정자금을 통해 최저임금 인상분의 일부를 지원해 주고 있지만, 큰 효과를 내진 못했다. 지원기준인 사회보험 가입이 오히려 자영업자들에게 더 큰 노무비 부담이 돼서다.

정부도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해 2018년 말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을 예고했지만, 개편 논의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소수 대표한 노동계의 이기심 =경영계는 최초 제시안 기준으로 2007년 이후 10번의 동결, 3번의 인하를 요구했다. 최저임금 동결·인하는 모든 사용자의 인건비 부담을 낮춰 이익을 키워 주는 방안인 만큼, 사업체 규모와 산업·업종을 불문하고 이견이 거의 없다.

반면, 노동계는 전년비 최저임금 인상률을 2015년 79.2%, 2016년 65.8% 등 매년 두 자릿수 인상을 요구해 오고 있다. 하지만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모든 근로자에게 이익이 아니다. 1분위는 인상률이 4~7% 수준일 때 근로소득이 가장 안정적으로 증가했지만, 10분위는 인상률이 16.4%에 달했던 2018년 근로소득이 가장 큰 폭(21.1%)으로 올랐다. 대기업·공기업 노조들이 사측과 협상에서 최저임금 인상률을 명분으로 자신들의 임금을 올린 결과로 보인다.

근로자위원 구성을 봐도 양대 노동조합 총연맹(민주노총·한국노총) 및 산별노조에 쏠려 있다. 한국의 노동조합 가입률은 2019년 기준 12.5%다. 이마저도 대기업·공기업 쏠림이 심하다. 상대적 고소득 근로자들이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모든 근로자의 이해관계로 포장해 요구하는 상황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수년간 노동계의 요구대로 최저임금이 너무 가파르게 오르다 보니 아르바이트 같은 비숙련직 일자리가 가장 먼저 사라졌다”며 “고소득층 임금을 올리려고 최저임금을 올린다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인상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산업이나 종사상 지위별로 어려운 사람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걸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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