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세입자 고통만 키우는 규제 헛발질

입력 2021-07-05 14:40 수정 2021-07-06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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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주 내리 상승세다. 2019년 7월 이후 단 한 주도 쉬지 않고 연거푸 오르고 있다. 최근 들어선 상승 기세가 더 가팔라졌다. 그나마 물건이 있으면 다행이다. 시중에 “아예 씨가 말랐다”는 말이 나돈 지 오래다. 서울 아파트 전세시장 얘기다.

전셋값이 하루가 다르게 뛰면서 신고가 거래도 속출한다. 전세보증금이 3.3㎡(1평)당 1억 원을 넘어선 아파트도 등장했다. 그야말로 재앙 수준의 폭등이다. 전세난은 서울을 넘어 수도권 전역으로 번지고 있다.

정부는 속수무책이다.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못한 채 시장이 안정되기만 바라는 눈치다. 오죽하면 김부겸 총리가 “방법이 있다면 어디서 정책을 훔쳐서라도 오고 싶은 심정”이라고 토로했겠는가.

전셋값 폭등은 수급 불균형 때문이다. 전세 공급 부족은 시장을 거스른 정책의 결과다. 세금 폭탄과 규제에 의존한 반시장 논리의 정책 폭주가 전세 유통을 틀어막으면서 매물 기근을 낳은 것이다. 실거주를 압박한 대출 및 재건축 규제가 대표적이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면 6개월 안에 들어가 살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출금을 토해내야 한다. 재건축 아파트도 2년 이상 거주해야 입주권을 받을 수 있다. 정부가 갭투자(세를 끼고 집을 사는 것)를 막겠다며 재건축 아파트 소유자에게 실거주를 강제한 조치인데, 이는 결국 실거주를 내세운 집주인의 세입자 내보내기를 부추겼다.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전세난의 트리거(방아쇠)가 됐다. 새 임대차법 시행으로 기존 전셋집에 2년 더 눌러앉는 세입자가 늘면서 신규 전세 매물이 크게 줄고 있다. 보유세(재산세+종부세) 인상은 남아있던 전세 물건도 월세로 돌리게 했다. 가뜩이나 저금리 시대에 공시가격과 보유세가 크게 오르자 늘어난 세금 부담을 충당하려고 전세를 월세나 반전세로 돌리는 집주인이 많아진 것이다. 세입자 역시 전세 물건이 귀해지고 전셋값마저 치솟자 집주인의 월세 요구를 받아들이는 것 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다. 집 가진 사람을 겨냥한 세금 폭탄의 파편이 집 없는 세입자에게 고스란히 튀고 있는 셈이다.

분양가 규제는 전세 수요를 크게 늘려놨다. 분양가 상한제로 ‘로또’가 된 청약 당첨을 기다리며 전세로 눌러앉는 이들이 많아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재건축 이주 수요까지 겹치며 전세는 그야말로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입주 물량도 크게 줄어든다. 올 하반기 서울에서 입주하는 아파트는 1만3023가구(부동산114 집계)로 지난 2년 같은 기간 물량보다 1만 가구 적다. 입주 단지가 나온다고 해도 전세 물량이 대거 풀리는 효과도 더는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 단지에선 집주인이 입주 때부터 최대 5년 동안 반드시 살아야 해서다.

이래저래 세입자들만 죽을 맛이다. 이런데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마이웨이다. 각종 규제와 세금 강화로 국민을 편 가르는 ‘부동산 정치’ 프레임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세난은 집값 상승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집값 급등은 무주택 서민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주지만 전셋값 폭등은 아예 생존권 자체를 위협한다. 서민 주거 안정이 민생 중의 민생인 이유다.

해법은 간단하다. 수요가 몰리는 곳에 전세 공급을 늘리면 된다. 그러기 위해선 전세 물건 유통을 막고 있는 반시장적 규제 사슬을 풀어야 한다. 그래야 전셋값도 잡고 서민 주거 안정도 꾀할 수 있다.

신규 주택 공급 방안도 새로 짤 필요가 있다. 정부는 2·4 대책 등 뒤늦게 도심 주택 공급 확대 대책을 내놨지만 공공 주도 개발 방식을 고집하다 보니 사업 진척이 더디기만 하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신뢰성 추락과 개발 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속도를 못 내고 있는 것이다.

이제라도 주택 공급의 주도권을 공공에서 민간으로 넘겨야 한다. 집 지을 땅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서울에선 민간 영역의 정비사업이 활발하게 추진되지 않고선 안정적인 주택 공급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민간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와 사업 절차 간소화는 빠르면서도 대규모로 도심에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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