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휴 포인트는 안 돼요” 카드 포인트 현금화 제도 사각지대

입력 2021-07-0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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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신금융협회 카드포인트 홈페이지 캡처)
(여신금융협회 카드포인트 홈페이지 캡처)
롯데 엘포인트·BC 탑포인트 등
카드사별 대표 포인트만 가능
당국 “제휴사 포인트는 권한밖”

#A 씨는 최근 카드사로부터 포인트가 쌓여 있으니 소멸되기 전에 사용하라는 안내를 받았다. 올해 만료될 포인트는 15만 포인트가 넘었지만 그가 쓸 수 있는 건 10만 포인트뿐이었다. 카드 규정상 1년에 10만 포인트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A씨는 올해 5만 포인트, 즉 5만 원을 날리게 생겼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초 카드 포인트 현금화 서비스를 개시했다. 이는 금융결제원의 어카운트인포 또는 여신금융협회의 포인트 통합조회를 통해 사용하지 않은 카드 포인트를 현금으로 돌려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올 1월부터 현재까지 2000억 원 규모의 카드 포인트가 현금화됐지만 사각지대가 있다. 현금화를 할 수 있는 포인트는 각 카드사의 대표 포인트뿐이라는 점이다. 여기서 대표 포인트는 롯데카드의 엘포인트, 비씨카드의 탑포인트 등이다.

A 씨가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는 이유는 그가 삼성카드의 쉐보레 슬림 카드를 이용했고, 여기서 쌓인 포인트는 쉐보레오토 포인트이기 때문이다. 즉 삼성카드의 대표 포인트가 아닌 제휴사(쉐보레)의 포인트여서 현금화 서비스의 대상이 아닌 것이다. A씨는 ”포인트를 쌓기 위해 온 가족이 이 카드만 사용했다“며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이 카드를 많이 사용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이 카드들의 선포인트 시스템이 해당 카드를 더 쓰도록 유도해 현금화하지 못하는 포인트를 쌓게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선포인트 시스템이란 해당 카드로 제휴사의 자동차를 구매했을 시 20~50만 원을 먼저 깎아준 후 카드에 포인트가 쌓일 때 자동차 할인 금액만큼 포인트를 차감하는 것이다. 자동차 할인 금액보다 카드 포인트가 덜 쌓이면 고객은 차액을 돌려줘야 해 돈을 토해내지 않으려면 해당 카드를 더 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선할인 된 금액만큼 포인트가 쌓이면 고객에게 문자로 안내가 간다”며 “제휴 포인트의 현금화 여부는 카드사가 아닌 포인트를 운영하는 회사(제휴사)의 정책”이라고 해명했다.

상황은 다른 카드도 마찬가지다. 현대카드가 현대자동차와 제휴를 맺어 출시된 현대 모빌리티 카드 역시 결제 시 현대카드의 대표 포인트가 아닌 블루멤버스 포인트, 즉 현대자동차의 포인트가 쌓인다. 이 역시 현금화할 수 없는 포인트다.

금융위 관계자는 “(제휴) 포인트를 현금화하려면 자동차 회사랑 카드사랑 일정한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며 “제휴 관계가 복잡해 그런 포인트들까지는 현금화가 안 된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 역시 “(금융사가 아닌 제휴사에) 현금으로 주는 건 강제하기 어렵다”고 했다.

카드사와 같은 금융기관만 관리ㆍ감독할 수 있는 금융당국이 제휴사에도 카드 포인트 현금화 서비스를 적용하기 어려운 건 사실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카드사가 관련된 문제인 만큼 금융당국이 손 놓고 책임 돌리기를 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회장은 “금융당국이 카드사가 제휴할 때 제휴 포인트도 현금화할 수 있다는 규정을 달면 카드사가 설계할 때 이를 반영할 수 있다”며 “현재 (카드사의 제도)는 혜택을 많이 줄 것처럼 해놓고 허울뿐인 빛 좋은 개살구”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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