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11년 만에 중흥건설 품에

입력 2021-07-05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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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흥건설, 대우건설 인수액 2.1조 써낸 것으로 알려져

▲대우건설 사옥.
▲대우건설 사옥.

대우건설이 중견 건설사인 중흥건설을 세 번째 주인으로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2010년 산업은행 관리 체제로 들어간 지 11년 만이다. 중흥건설이 대우건설을 품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내 건설업계의 지각 변동도 예상된다.

대우건설 최대주주 KDB인베스트먼트는 5일 오후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중흥 컨소시엄을 대우건설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했다고 발표했다. 중흥건설은 경쟁자인 스카이레이크-DS네트웍스 컨소시엄을 제치고 대우건설의 우선협상대상자가 됐다. DS네트웍스 컨소시엄은 예비 대상자로 지정됐다.

매각대금과 거래의 신속 및 확실성, 대우건설의 성장과 안정적 경영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했다는 게 KDB인베스트먼트의 설명이다.

중흥건설은 본입찰 이후 제안 내용 수정에서 인수액으로 2조1000억 원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인수액(2조3000억 원)보다 2000억 원 낮춘 금액이다. 인수가 조정이라는 이례적인 잡음에도 이변은 없었다.

20년간 곡절 많았던 M&A…3년 만에 세 번째 주인 찾기

대우건설이 새 주인을 찾아 나선 건 2018년 이후 3년 만이다. 대우건설이 그간 주인을 찾아온 과정에는 숱한 우여곡절이 있었다. 1999년 대우그룹이 해체된 뒤 2006년 금호그룹이 인수했지만 2010년 다시 KDB산업은행에 팔렸다. 6조4000억 원에 달하는 인수자금을 금호그룹이 감당하지 못해서다. 산은으로 넘어간 대우건설은 2017년 새 주인 찾기에 나섰고, 2018년에는 호반건설이 우선협상대상자에 올랐다. 그러나 대우건설의 해외사업장 부실 문제가 불거지면서 호반건설이 인수를 철회했고, 매각은 무산됐다.

(사진제공=중흥건설)
(사진제공=중흥건설)

중흥건설, 몸집 2조 대우건설 진짜 주인 되나

대우건설 인수에 대한 중흥건설의 의지는 매우 강했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정창선 중흥건설그룹 회장은 지난해 1월 "해외사업을 많이 하는 1조 원대 대기업 건설사를 3년 이내에 인수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대형 건설사 인수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정 회장이 자금에 대한 계획과 관리에 철저한 것으로 유명한 점을 고려하면 이번 인수는 정 회장 입장에선 통 큰 베팅이었던 셈이다.

중흥건설그룹은 호반건설과 함께 호남권을 대표하는 건설사지만 시공능력평가 기준으로 중흥토건은 15위, 중흥건설은 35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반면 대우건설은 국내 건설업계 6위로 시공능력평가액이 8조 원을 넘어선다. 이번 매각 작업으로 대우건설과 중흥건설, 중흥토건을 합치게 되면 평가액이 11조 원을 넘어서면서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에 뒤를 이어 상위 3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 서열 역시 기존 40위권에서 20위권에 진입할 것으로 점쳐진다.

그러나 너무 큰 덩치 차이에 기업 간 융합이 제대로 이뤄질지에 대한 의구심이 대우건설 내부에서 흘러나온다. 중흥건설이 해외사업 경험에 전무하다는 점,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앞서 대우건설 노조는 지난 2일 기자회견을 열고 "중흥이 높은 입찰가를 써서 인수하면 자금을 회수하려 할 텐데 업황이 좋지 않은 토목과 플랜트사업 분야 등에서 인위적 구조조정이 있지 않겠냐는 우려가 나온다"고 말했다.

다만 KDB인베스트먼트는 중흥건설이 제출한 인수제안서에서 해외부문·토목플랜트 부문에 대해 상당한 의지와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이날 전했다. 이대현 KDB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중흥건설이 대우건설 인수를 상당히 오랜 기간 염두에 두고 나름대로 스터디를 많이 한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KDB인베스트먼트와 중흥건설 간 매각 양해각서(MOU) 체결은 앞으로 약 한 달가량 걸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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