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제8일의 밤’ 이성민 “넷플릭스 전 세계 공개, 낯설지만 신기해요”

입력 2021-07-06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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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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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한국적인 미스터리 스릴러가 탄생했다. 2일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제8일의 밤’ 이야기다. 한국형 오컬트 영화의 탄생을 알리며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아시아권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영화는 7개의 징검다리를 건너 세상에 고통으로 가득한 지옥을 불러들일 '깨어나서는 안 될 것'의 봉인이 풀리는 것을 막기 위해 벌어지는 8일간의 사투를 그린다. 익숙한 듯 낯선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를 담은 영화의 중심에는 배우 이성민이 있다.

영화 ‘공작’, ‘남산의 부장들’ 등을 통해 캐릭터 그 인물 자체로 변신하며 스크린으로 생생하게 불러낸 이성민은 이번 영화에서 전직 승려 진수로 분했다. 그는 ‘깨어나서는 안 될 것’의 봉인이 풀리지 않도록 지키려는 진수의 복잡한 내면과 독특한 정서를 설득력 있는 연기로 그려내며 관객들을 영화 속으로 몰입시킨다.

(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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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후 화상으로 만난 이성민은 “개인적으로 영화에 대해 만족한다”면서도 “전 세계 공개는 실감이 잘 안난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던 것과는 달라 낯설고 새로운 경험이었다”라며 영화가 공개된 소감을 밝혔다.

“‘제8일의 밤’이 공개된 날 집에서 와이프가 영화를 보더라고요. 동시에 문자를 많이 받으면서요. 대게 영화가 극장에서 개봉하면 개봉 날부터 관객이 얼마나 들었는지, 반응이 어떤지 들어보고 직접 찾아가서 보기도 하거든요. 이번 경우는 지인들에게 문자 몇 통을 받은 정도예요. 어떤 반응이었는지도 모르겠고요. 그래도 한국에서 1위, 아시아권에서 반응이 있다니까 다행이고, 신기하네요.”

‘제8일의 밤’은 2500년 전, 인간들에게 고통을 주기 위해 지옥문을 열려고 했던 ‘깨어나서는 안 될 것’을 붉은 눈과 검은 눈으로 나눠 가뒀다는 부처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한다. 신예 김태형 감독의 상상력에서 출발한 이 작품을 선택하는 데 있어 이성민은 부담감은 없었을까.

“‘제8일의 밤’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 제목 바로 밑에 금강경이 쓰여있었어요. 평소에 관심이 있던 분야라 반갑게 시나리오를 읽었죠. 그래서 감독님을 만나고 싶었어요. 감독님을 만나기 전에 ‘제8일의 밤’을 쓰기 위해서 책을 100권 정도 읽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냥 쓰인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만나고 서로의 관심 분야, 특히 제가 관심이 있는 분야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죠.”

“‘우리가 바라보는 세상이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 과연 진짜인가?’ 또는 ‘우리가 보는 것이 전부일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던 때였어요. 그때 ‘제8일의 밤’을 만났고, 보통 사람이 가지고 있지 않은 능력을 인지하는 캐릭터라 흥미진진한 작업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오컬트라는 장르에 대해서는 특별히 부담감은 없었어요. 신인 감독이라서 대중성이 없다는 생각도 한 번도 안 해봤어요. 감독님이 준비를 워낙 많이 해서 믿고 한다면 좋은 작업이 나올 것 같다는 기대로 임했습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사진제공=넷플릭스)

‘제8일의 밤’은 미스터리 스릴러가 주는 장르적 재미를 넘어 마음속 번뇌와 번민을 깨는 ‘깨달음’을 통해 심도 깊은 질문과 메시지를 던진다. 사리함 속에 봉인된 '깨어나서는 안 될 것'은 누구나의 마음속에 있는 번뇌와 번민, 즉 현대인의 깊은 고민을 상징, 관객들의 공감을 자아낸다. 또 영화 곳곳에 숨어 있는 비유적 표현들은 관객들에게 삶에 대한 깨달음을 주며 기존 장르 영화와는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온다.

이성민은 ‘제8일의 밤’과 다른 오컬트 장르 영화와의 차별점에 대해 “오컬트 장르 영화를 잘 보지 않는다. ‘사바하’와 ‘곡성’ 정도를 봤다”면서 “진수는 다른 세계에 관여한, 그 세계에 들어가 있는 캐릭터인 것 같다. 그것이 조금 다른 지점”이라고 했다.

“‘이런 장르의 영화에 대중이 익숙해져 있는데, 해야 하나’라는 생각에 고민을 했어요. 주인공 캐릭터가 전직 스님이었다는 점이 이 영화를 선택하는 데에 영향을 많이 줬거든요. 새로운 지점이었죠. 또 다행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넷플릭스에서 공개가 돼 아시아 불교 문화권의 관심을 받을 수 있었어요. 종교가 다른 오컬트 영화와 다른 지점이 아닐까요?”

영화는 일반 관객에게 생소한 양자역학, 불교의 종교적 색채를 그려 이야기 자체에 대해서도 호불호가 많이 갈린다는 반응이다. 이성민 또한 이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생각해볼 수 있는 여지가 많은 작품”이라며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쉽게 설명되는 이야기 구조는 아니에요. 흐름 자체가 관객에게 친절하진 않아요. 저도 시나리오를 받고 감독님에게 많은 질문을 드렸죠. 대신에 이 영화는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찾아볼 수 있는 인물들과 사건의 비하인드를 생각해볼 수 있는 여지가 많은 영화라 생각해요. 감독님의 연출도 자세히 보면 누가 살아있는 사람이고, 누가 살아있지 않는 사람인지 구별해내는 비하인드도 있어요. 그런 걸 찾아보시는 재미가 있을 거예요.”

(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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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화를 비롯해 안방극장에도 오컬트, 공포 장르가 쏟아지고 있다. 이성민이 생각하는 ‘제8일의 밤’만의 매력과 차별화된 강점은 무엇일까.

“좀 더 철학적인 이야기예요. 단순히 귀신을 퇴마하는 영화가 아니라 우리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지를 되묻는 영화예요. 이 영화를 오컬트 장르로만 보지 마시고 깊이 있는 드라마로 봐주시면 좀 더 즐겁게 보실 수 있을 것 같네요. 무서워야만 한 영화는 아니니까요.”

충무로 대표 ‘믿보배’(믿고 보는 배우)이자 연기 경력 30년 차를 훌쩍 넘긴 이성민. 그는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 끊임없이 노력하고, 관객들에게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늘 고민하고, 애써오고 있단다.

“‘믿보배’라는 수식어를 즐기진 않아요. 다만 새로운 작품을 선택할 때마다 실수하지 않도록 늘 고민하는 것 같아요. 아마 모든 배우들의 근원적인 고민, 고뇌, 또한 책임일 수도 있겠죠.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애쓰고 있고 작품을 선택하는데 있어서도 그런 부분을 신중하게 고민하게 돼요. 하지만 이 또한 배우로서 숙명이기 때문에 잘 받아들이려고 해요. 그런 부담감에 대해 크게 스트레스 안 받으려고 해요. 이러한 고민과 고뇌가 제가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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