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재난지원금은 카드사지원금

입력 2021-07-0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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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현 금융전문기자

“심플(간단)한 상품이 좋은 것이다. 복잡하면 그만큼 속이기 쉽고 속기 쉽다.”

언제 들었는지조차 이젠 가물가물한, 아마도 10여 년은 더 이전인, 채권담당 기자를 처음 시작할 무렵 채권시장 참여자와 전문가들로부터 들었던 말이다.

채권공부를 시작하면서부터 알게 된 내용이지만 만기에 원금을 지급하고 이자는 고정금리로 지정일에 지급하는 스트레이트본드(Straight Bond)나, 보통 양도성예금증서(CD) 91일물에 가산금리를 더하는 형태인 플레인 바닐라본드(Plain Vanilla Bond)가 가장 간단한 상품구조를 갖는 채권이다. 이에 따라 돈을 빌리는 사람도, 돈을 빌려주는 사람도 알기 쉽다.

여기에 조금 더 들어가보면 CD91일물 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하는 게 아닌 가산금리에 CD91일물 금리를 더하는 역변동금리부채권(Inverse FRN)이 있고, 디지털구조나, 옵션까지 붙어 있는 채권 등 상품들이 실로 즐비하다. 당장 CD91일물 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하는 상품이나 가산금리에 CD91일물 금리를 더하는 상품이 뭐가 다르냐고 할 수 있겠지만, 이것만으로도 받는 이자에 상당한 차이가 있는 엄연히 다른 상품이다.

돈을 빌리는 사람 입장에서는 가능하면 싼값에 빌리려 할 것이고, 빌려주는 사람 입장에서는 가능하면 비싼 값을 받으려 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때문에 돈을 빌리거나, 상품을 팔려는 입장에서는 가급적 복잡한 구조를 선호한다. 그래야 사려는 사람을 속칭 속이기 쉽기 때문이다.

이런 역사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외국계 투자은행(IB)들이 선진투자기법으로 포장해 국내 기관들에게 팔았던 복잡한 구조의 상품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IMF를 회고하는 금융기관 간부급 종사자들 중에서는 지금도 “몰라서 당했다”고 말한다. 키코(KIKO) 사태도 있다. KIKO는 환율변동에 따른 위험을 피하기 위한 환헤지 통화옵션 상품이었지만, 일정 수준에서는 손실이 무한대로 발생하는 상품구조를 갖고 있었다.

정부가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겠다는 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를 보면 소득 하위 80%를 대상으로 한다. 상생소비지원금의 경우 신용카드사 포인트를 통한 10% 캐시백(cashback·적립) 방식으로 돼 있다. 3개월간 시행 후 집행 상황에 따라 연장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해당하려면 2분기(4~6월) 월평균 카드사용액 대비 3% 이상 더 써야 한다. 1인당 지원금도 최대 30만 원에, 월별 10만 원 한도다. 유흥업소와 백화점, 대형마트,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쓴 금액은 제외된다.

2분기 월평균 100만 원씩 카드를 썼다면 앞으로 매월 203만 원을 재래시장이나 동네슈퍼 등을 이용해 써야 매월 10만 원의 캐시백을 받을 수 있다. 3개월간 매월 203만 원씩 총 609만 원을 써야 30만 원을 받는다는 얘기다.

당장 80%를 어떻게 무 자르듯 구분할 수 있겠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건강보험료를 기준으로 한다지만, 보유자산 수준이나, 외벌이냐 맞벌이냐에 따라 또 달리 적용되면서 기준은 더 복잡하다.

지난달 29일부터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카드포인트 캐시백 정책 철회 및 전국민재난지원금 지급을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도 진행 중이다. 조건이 너무 많아 디테일에 함정이 있고, 2분기 중 이사나 자동차 구매, 병원비 등 다양한 이유로 카드값을 특히 많이 썼거나, 신용불량 문제 등으로 카드를 쓸 수 없는 경우 원천적으로 배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카드사 캐시백이라는 환급수단을 이용해 굳이 사기업인 카드사에 세금을 넣어줘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다고도 주장한다.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 재난지원금이 아니라 카드사 지원금이라며 비판하고 나선 이유이기도 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발 이후 가계부채는 천정부지로 뛰어오르는 사이 되레 허리띠를 졸라맨 게 우리 정부의 현주소다. 실제, 국제결제은행(BIS) 자료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전년 대비 5.5%포인트 증가한 44.7%에 그쳤다. 이는 비교 가능한 28개국 중 비율 기준으로는 22위, 증가폭 기준으로는 23위에 머문 것이다.

복잡한 조건으로 선별지원을 할 게 아니라, 간단하게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지난해 1차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서 보듯 그래야 재정도 아끼고, 내수와 소비진작 효과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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