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성수동 본점 1조에 팔아 어디에 쓸까?

입력 2021-07-07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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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베이 인수대금 3.5조ㆍ충청권 새벽배송 등 추가 배송인프라 자금도 필요…추가 M&A 가능성도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이마트 본사 건물 매각을 검토하면서 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본사라는 상징성까지 포기하며 오프라인 부동산보다 디지털 강화에 나설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최근 인수한 이베이코리아 대금을 마련해야 하는 것은 물론 향후 배송 인프라 확대에도 나서야 한다. 자회사인 SSG닷컴은 이달 중으로 충청권역 ‘새벽배송’도 앞두고 있다.

◇ 성수동 본점 매각시 최대 1조원 조달…이베이 인수에 보탤까

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서울 성동구 성수동 본사 건물에 대해 세일즈앤리스백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세일즈앤리스백은 토지와 건물을 판 후 이를 리스해 사용하는 방식으로 본점을 팔면 이마트는 최대 1조 원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마트 관계자는 “여러 점포의 자산 유동화 작업을 진행해왔고, 본사 건물도 (매각) 검토 대상이지만 확정된 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업계에서는 이마트가 마련한 실탄으로 최근 이베이코리아 인수 자금과 이커머스 역량 강화에 사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말 이마트는 종속회사인 에메랄드에스피브이(SPV)를 앞세워 이베이 지분 80.1%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에메랄드SPV가 이베이코리아에 3조4404억 원을 출자하는 방식이다.

신세계로서는 이베이 인수 대금이 무리가 될만한 수준은 아니다. 이마트는 지난해 서울 마곡지구 부지를 매각해 6000억 원을 마련하는 등 자산유동화에 나서 올해 1분기 기준 현금성 자산은 1조637억 원에 달한다. 신세계도 4952억 원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매각한 가양점 판매 대금 6820억 원과 남양주 땅 처분액을 더하면 자금 여력은 2조3000억 원 수준으로 불어난다.

최소 1조 원 가량을 추가 조달해야 하지만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 및 삼성생명 지분(5.8%)등을 활용하면 충분할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최근에는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 등 주요 은행 5곳과 증권사로부터 투자확약서(LOC) 및 대출의향서(LOI)를 확보해놨다.

◇ 배송 인프라 확대 나서나...SSG닷컴, 1조 들여 물류센터 추가 계획

이베이를 인수했다고 해서 신세계의 이커머스 사업 강화가 끝난 건 아니다. G마켓와 옥션, G9를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는 오픈마켓 사업에 치우쳐 있다. 이커머스 경쟁의 축이 가성비에서 빠른 배송으로 옮겨가는 상황에서 자체 배송 인프라 확보가 시급하다. 추가 실탄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특히 지난해 기준 이베이와 단순 거래액 합계액은 24조 원 규모로 네이버(27조 원)에 이은 2위 수준이지만 3위인 쿠팡(22조 원)과 큰 차이가 나진 않는다. 쿠팡은 지난해 매출이 2배 치솟았고, 올 1분기에도 74% 뛰며 파죽지세로 성장하고 있어 올해 신세계·이베이 연합을 뛰어넘을 여지도 충분하다.

여기에 미국 증시 상장으로 5조 원의 실탄을 확보한 쿠팡이 최근 3개월 사이 물류센터 투자에만 1조 원을 쏟아붓는 승부수를 던졌다. 3월 전북 완주와 4월 창원, 김해에 이어 5월에는 청주, 6월엔 부산에 물류센터를 짓기로 했다. 해당 건물의 연면적을 합치면 70만 ㎡를 넘어서 축구장 100개와 맞먹는 규모다.

신세계그룹도 그만큼 물류 인프라 투자에 갈 길이 바쁘다. 최첨단 온라인 물류센터를 보유하고 있는 SSG닷컴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이마트는 향후 1조 원 이상을 물류센터 센터에 집중 투자하고, 신세계 그룹의 오프라인 거점을 온라인 물류 전진기지로 활용하기로 했다.

용인과 김포에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네오를 3개 운영하는 SSG닷컴은 1조 원을 들여 수도권에 네오 2개를 추가할 것으로 보인다. 지방 권역은 이마트 점포의 PP(피킹&패킹)센터를 활용하기로 했다. 현재 SSG닷컴은 네오에서 하루 8만 건의 배송을 소화하고, PP센터는 5만 건을 배송한다. 이마트는 2025년까지 PP센터를 활용해 36만 건까지 배송을 확대할 계획이다.

SSG닷컴은 7월 중으로 대전과 세종, 청추, 아산, 천안 등 충청권 새벽배송을 시작한다. 향후 전국 단위 새벽배송을 염두에 둔 행보다. 마켓컬리는 이미 5월 충청권에 샛별배송으로 진출했고, 하반기에는 영호남에 나설 계획이다. SSG닷컴 관계자는 “계속해서 추가 물류센터를 알아보고 있다”면서 “수도권은 네오로, 지방 권역은 이마트를 리모델링한 PP센터로 캐파를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 디지털 역량 강화 위해 추가 M&A 추진?

일각에서는 신세계그룹이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계속해서 인수합병(M&A)을 추진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본점이라는 상징성을 가진 대표적인 유형자산을 매각하는 것이 미래 디지털 중심 전략을 강화하겠다는 신호탄이라는 해석이다.

신세계그룹은 최근들어 M&A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급성장하는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 한번에 능력치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M&A가 필수적이다. 4월 신세계는 여성 패션 플랫폼 더블유컨셉(W컨셉)를 인수하며 온라인 패션 시장을 겨냥했다. 이어 6월에는 국내 대표 오픈마켓인 옥션과 G마켓, G9 등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를 손에 넣었다. 이에 따라 2%대에 불과하던 신세계그룹의 이머커스 시장 지배력은 순식간에 14%로 뛰며 네이버에 이은 2인자 자리를 꿰찼다.

최근에는 요기요 인수전에도 관심을 보이며 퀵커머스 강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최종적으로 인수 의사를 철회하긴 했지만, 아직 끝난 건 아니다. 현재 쿠팡은 쿠팡이츠를 활용해, GS리테일은 우딜과 배달 서비스 ‘부릉’을 운영하는 메쉬코리아의 지분을 인수해 퀵커머스를 강화하고 있다. 40년 라이벌 롯데쇼핑은 2시간 내 ‘바로배송’의 전진기지인 세미다크스토어를 현재 8개에서 연내 30개로 늘리기로 했다.

신세계는 최근 휴젤 인수전에도 이름이 등장했다. 휴젤은 국내 보톡스 시장 점유율 1위 업체로 패션 사업에서 뷰티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신세계가 군침을 흘릴만한 매물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신세계는 M&A에 집중하면서 다소 늦은 디지털 강화 타이밍을 쫓고 있다”면서 “상징성이 있는 본점 매각에 나선 것은 디지털 중심으로 체질을 바꾸겠다는 시그널로 해석된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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