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가 LG유플러스의 LG헬로비전 인수 조건과 관련한 이행 점검에 나섰다. 인수 이후 LG헬로비전의 알뜰폰 사업에서 LG유플러스 망 몰아주기 의혹이 제기돼 이 부분에서 시정 조치 등이 이뤄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7일 이투데이 취재 결과 과기정통부는 LG헬로비전 인수 조건 관련 이행 점검을 진행 중이다. 이달 안에 관련 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의견 청취, 소명 등을 거쳐 점검을 마무리한단 계획이다. 이행 점검 결과 위반 사항이 드러나면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과기정통부 장관은 시정 조치 등 이행을 명할 수 있다. 그런데도 이행하지 않을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릴 수 있다.
과기정통부는 2019년 말 LG유플러스가 LG헬로비전을 인수하면서 알뜰폰(MVNO) 사업을 위한 조건을 부과했다. CJ헬로비전 당시 유치했던 KT, SK텔레콤(SKT) 망 가입자를 LG유플러스 망으로 전환토록 부당 강요하거나 유인하는 행위를 금지한 것이다. 이를 포함한 이용자 보호 조치 등이 잘 이뤄지고 있는지 과기정통부는 인수 뒤 3년간 연 2회 점검하게 돼 있다.
지난해 상ㆍ하반기 점검에서는 특이 사항이 발견되지 않았다. 3번째 시행되는 이번 점검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과기정통부는 LG헬로비전, LG유플러스 관계자뿐 아니라 KT 알뜰폰 사업부 관계자와도 이달 만나 의견을 들었다. KT 측이 ‘LG헬로비전의 LG유플러스 망 몰아주기’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어서다.
2019년 말 기준 LG헬로비전의 알뜰폰 가입자는 70만 명가량이었다. KT와 SKT 망 가입자로 이뤄졌던 당시 KT 망 가입자 수는 90%가량을 차지했다.
2020년 1월부터 LG헬로비전이 LG유플러스 망을 제공하기 시작하면서 KT 망 가입자 수는 줄고, LG유플러스 망 가입자는 늘어나는 모습을 나타냈다.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4월 말 기준 LG헬로비전의 LG유플러스 망 가입자 수는 23만4137명으로 전체 가입자의 37%를 차지했다. 반면 KT 망 가입자 비중은 59%까지 떨어졌다. KT 관계자는 “지난해에만 15만 명 가량의 KT 망 가입자가 LG헬로비전에서 빠져나갔다”며 “기존 KT 고객에 대한 차별적인 마케팅이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했다.
LG헬로비전 측은 알뜰폰 가입자가 줄어들면서 나타난 착시라고 해명했다. LG헬로비전의 알뜰폰 가입자는 매해 줄고 있다. 알뜰폰 시장이 전체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LG헬로비전의 가입자는 2018년 말 80만, 2019년 말 79만, 2020년 말 60만 명으로 지속 감소하는 추세다. 올해 3월 말 기준 가입자 수는 63만 명으로 전체 알뜰폰 시장에서 6.8%를 점유하고 있다.
LG헬로비전 관계자는 “LG유플러스 망은 지난해 도입 뒤 해지하는 고객이 거의 없다시피 해서 순증 추세인 것”이라며 “가입자 모수가 줄면서 상대적으로 유플러스 망만 순증한 것처럼 보이는 것인 뿐”이라고 설명했다. 또, 인수 당시 부과받은 조건도 착실히 이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알뜰폰 가입 시 3사 망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고, 기존 고객을 대상으로 차별적인 마케팅을 하고 있지도 않다는 설명이다.
한편, 공정위는 알뜰폰 시장에 관한 이행 조치를 부과한 쪽이 과기정통부인 탓에 이 문제에서 별도의 권한은 없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2019년 당시 인수를 조건부 승인하면서 △CJ헬로의 8VSB 방송에 3년간 가격 인상 제한 △채널 축소 금지 △상호겸영 금지 등 유료방송시장 부문에서 조건을 부여했다. 공정위는 이 같은 이행 조건을 3년간 연 1회 점검하고 있고, 지난해와 올해 점검에서 특이 사항은 없었다. 이행 점검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에 따른 것으로 위반 시 시정명령을 받을 수 있고, 시정 조치를 정한 기간 내에 이행하지 않으면 이행강제금이 부과될 수 있다. 이행강제금은 조치를 제대로 할 때까지 매일 200만 원의 범위 안에서 부과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