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상담소] 자식이 뭐길래

입력 2021-07-0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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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 서울 강서구보건소 사회복지사

“선생님.” 어디선가 들어본 목소리다. “저 ○○○예요. 뵙고 싶어요.” 4년 전 우울감이 심해 만났던 어르신이다. 갑자기 무슨 일일까? 개인사를 다 열거할 수는 없지만 당시 건강도 형편도 무척 안 좋았었다. 돈이 없어 끼니도 거르고 병원 진료도 받지 못하면서 ‘자식에게 짐이 될까 봐’ 자녀에게 알리는 것을 끔찍이 싫어했던 분이다. 기초생활수급비라도 받았으며 좋으련만 자식이 있어 그마저도 여의치가 않았었다. 자식을 생각하는 부모의 마음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더 이상 어찌할 수 없는 사면초가의 상태에서도 자식을 아끼는 어르신의 사정이 안타까웠던 기억이 있다.

이분처럼 자식을 아끼는(?) 분들을 자주 만나게 되는데 종종 화가 날 때가 있다. 며칠 전 병원에 가야 한다며 도움을 요청하신 노부부가 그런 경우다. 시력과 청력이 나빠져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많아 타인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자식은 절대 부르지 않는다. 매번 생명지킴활동가들의 자원봉사로 해결한다. 무엇보다도 경제적으로 힘들어하면서도 자식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는다. 경제적 문제 해결을 위해 모기지론 활용방법을 안내하지만 자식에게 물려주어야 한다며 손사래를 치신다. 자식에게 도움을 안 받고 이 빈곤을 도대체 어떻게 해결한다는 것인지, 대책을 세워야 하지만 “어떻게든 되겠지, 다 살았는데”라고 말씀하시니 속수무책이다. 부모의 어려움이나 상황을 자식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그렇게 말을 해도 귓등으로도 들으려 하지 않는다.

어르신들, 오늘의 노인세대는 오직 자식 하나 잘되기만을 바라며 온갖 뒷바라지를 다한 세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이 각박해지면서 자식이 부모의 노후대책이라는 말도 옛날이야기로 퇴색해 버렸지만, 자식 도움도 받고 의지도 하면 좋을 텐데도 자식에게 연락을 하거나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다. 그런데 타인의 도움은 받는다.

오죽 답답하면 그럴까 싶다가도 당신의 자식들은 어찌도 그리 귀한 자식들인지. 이유는 ‘바빠서, 멀리 있어서, 먹고 살기도 힘든데 피해 주기 싫어서, 짐이 될까 봐, 고생시키기 싫어서’ 등등 다양하다. 그렇게만 아끼지 말고 자식 찬스를 조금만 활용하면 우울감도 완화되고 사는 재미로 죽고 싶다는 마음도 줄어들 텐데 말이다.

도대체 자식이 뭐길래, ‘낳아주고/길러주고/가르쳐주고/그리고도 남는 일은/기다려주고/참아주고/져주기’ 나태주 시인의 ‘부모노릇’이란 시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다해주고 싶은 것이 부모의 마음이지만 당신들의 안위를 먼저 챙겼으면 좋겠다.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지 않은가.김현주 서울 강서구보건소 사회복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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