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위아, 협력사 직원 직고용하라" 판결에…재계 "기업 존속 가능성 악화"

입력 2021-07-08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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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ㆍ기아ㆍ포스코 등 유사 소송 진행 중…"도급ㆍ파견 구분하는 기준 세울 필요 있어"

▲현대위아 비정규직 사태 해결을 위한 경기 대책위 회원들이 1월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현대위아 비정규직 불법파견 대법원 판결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대위아 비정규직 사태 해결을 위한 경기 대책위 회원들이 1월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현대위아 비정규직 불법파견 대법원 판결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대위아가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를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오자 재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직접 고용으로 인한 비용 부담이 급증해 기업의 존속 가능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법원은 현대위아의 사내 협력업체 소속 정규직 A 씨 등 64명이 현대위아를 상대로 낸 고용 의사표시 등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고용의 의사표시를 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8일 확정했다. 이들이 현대위아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한 지 약 7년 만이다.

법원 판결에 따라 현대위아는 엔진조립 업무를 수행하는 협력업체 직원을 직고용 해야 한다. 이번 판결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인원은 64명이지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2000여 명의 협력사 소속 노동자에게도 파급력이 있을 전망이다. 유사한 소송을 진행하거나 계획 중인 인원도 다수다.

현대위아는 이번 판결이 기업 경영에 막대한 부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협력사 소속 노동자가 2000여 명에 달하고, 이들이 내연기관 부품 생산 업무를 담당하고 있어서다.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현대위아 차량부품사업 부문에는 1029명의 직원이 소속돼 있다. 협력사 소속 직원 전체가 직고용되면 현대위아 기존 직원의 두 배 가까운 인력이 추가된다. 이들의 연봉을 낮게 잡아 2000만 원으로 계산하더라도 연간 400억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탈 내연기관으로 영업이익이 줄어들고 있는 현대위아에 막대한 부담이다. 현대위아는 지난해 전년 대비 29% 감소한 720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는 데 그쳤다.

▲현대위아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전기차 전용 열관리시스템 '냉각수 분배·공급 통합 모듈'을 한 연구원이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위아)
▲현대위아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전기차 전용 열관리시스템 '냉각수 분배·공급 통합 모듈'을 한 연구원이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위아)

전동화 전환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완성차 업계가 전동화에 나서며 현대위아처럼 엔진을 만들던 부품사도 미래차 전환에 나서고 있다. 현대위아는 회사의 역량을 내연기관 사업 부문에서 열관리 시스템 등 차세대 전기차 부품으로 이동하고 있는데, 엔진 조립 노동자들이 직고용되면 이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정규직이 된 이상 정년을 보장해야 하는 데다, 이들을 미래차 부품 생산 인력으로 재교육하기도 어려워서다.

현대위아 관계자는 “당사는 모빌리티 시장의 급격한 변화와 코로나 펜데믹으로 수년째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며 “이번 판결로 발생할 막대한 부담을 감당할 수 있을지 매우 걱정스럽다. 기업의 존속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시점에서 당사의 부담이 매우 크다”라고 밝혔다.

재계에서는 이 같은 판결이 산업 경쟁력을 약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지금도 국내 제조업은 고임금 문제가 심각해 기업 경쟁력 하락 등의 문제를 낳고 있는데, 무차별적으로 직접고용 리스크를 떠안으면 기업이 감당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한국과 달리 경쟁국인 독일, 일본, 미국, 영국은 제조업에서도 파견이 허용되기 때문에 제조업무에 파견근로자를 사용해도 불법파견으로 원청에 직접고용을 강제하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현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도급과 파견을 구분하는 기준을 세울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는다. 당사자끼리 도급계약을 체결했지만, 법원이 파견계약으로 판결 내리면 계약 당시 당사자가 의도하지 않았던 근로관계가 형성되고 법적으로 강제하는 효과가 발생해서다.

▲도급과 파견의 차이  (연합뉴스)
▲도급과 파견의 차이 (연합뉴스)

현행법에 따르면 파견은 대가를 주고 노동력을 받는 것이라 직접적인 업무지시가 가능하지만, 도급은 대가를 주고 업무수행 결과물을 받는 것이라 원청(도급업체)에서 직접 업무지시를 할 수 없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파견과 도급을 명확히 구분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 제조업의 생산은 전사적 시스템을 통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고, 협력업체도 도급업무를 수행할 때 원청의 시스템에 접속해 업무를 진행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또한, 제조업 각 공정은 하나의 제품 생산을 위해 서로 밀접히 연계되는 특성이 있어서 협력업체의 독립적인 지휘명령권을 인정하기도 어렵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불법파견 관련 소송은 당사자들이 판결 선고 전까지 그 결과를 예측, 예견하기가 어렵고 이 불확실성이 확정판결 전까지 지속한다는 특징이 있다”라며 “파견제도, 도급계약의 본질과 개념에 대한 객관적이고 규범적인 해석과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판결로 노사 분쟁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현재 산업계에서는 현대자동차와 기아, 현대제철, 포스코, 현대중공업, 금호타이어 등이 근로자 지위확인소송 상고심을 대기 중이다.

김용춘 전국경제인연합회 고용정책팀장은 “우리나라는 파견 관련 규제가 엄격하고, 규정도 다소 모호하다 보니 노사 간 갈등이 빈발하다. 노사 관련 규제도 점점 강화되고 있다 보니 앞으로도 노사 분쟁이 많아질 것 같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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