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고된 노동 강도에 갑질 ‘이중고’…‘법망 사각지대’서 신음하는 청소노동자들

입력 2021-07-08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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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서울대 청소노동자 휴게실서 숨진 채 발견
유가족·서울대 노조 “열악한 노동 환경·직장 갑질 시달려”
정부 용역직 가이드라인에 대학·기업 인센티브 병행해야

▲서울대학교 청소노동자,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원들이 7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행정관 앞에서 열린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 관련 오세정 총장 규탄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서울대학교 청소노동자,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원들이 7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행정관 앞에서 열린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 관련 오세정 총장 규탄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아내의 동료들이 더는 이런 기막힌 환경에서 일해서는 안 된다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

지난달 서울대 기숙사 청소노동자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A(59) 씨의 남편 이 씨는 뒤늦게 열린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쏟아냈다. 유족과 서울대 노동조합은 숨진 A 씨가 평상시 ‘직장 갑질’ 속에서 과로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최근 청소·경비 등 용역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갑질 사건이 잇따르면서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의 처우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숨진 A 씨, 평소 고된 노동 환경·직장 갑질에 극심한 스트레스 호소”

학내 노조에 따르면 숨진 A 씨는 엘리베이터가 없는 기숙사 건물에서 매일 100ℓ 용량의 쓰레기봉투 6~7개와 음식물·재활용 쓰레기를 계단을 통해 직접 날랐다. 고된 노동 강도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1일 관악학생생활관 안전관리팀장이 새로 부임하면서 학교 측의 갑질은 더욱 심해졌다.

안전관리팀장은 청소노동자들에게 필기시험을 치르게 하고 채점 결과를 공개해 망신을 줬다. 또 시험지에는 건물명을 영어·한자로 쓰게 하거나 준공연도를 묻는 등 업무와 무관한 문제들이 출제되기도 했다.

근무기강을 잡는다면서 청소노동자 회의를 만들어 정장에 구두를 신고 참석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청소노동자들이 작업복 차림이거나 볼펜·수첩을 지참하지 않으면 인사고과에 반영하겠다고 위협도 했다.

A 씨 사망 사건이 알려지자 전국민주노동조합은 “고인이 서울대 측의 갑질과 군대식 업무 지시·힘든 노동 강도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특히 A 씨가 근무했던 여학생 기숙사는 건물이 크고 학생 수가 많아 일이 가장 많았다”고 밝혔다.

앞서 2019년에도 청소노동자 사망…노조 결성하자 ‘괘씸죄’ 해고하기도

대학 내 청소노동자의 열악한 처우 문제는 이번에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서울대에서는 2019년 8월에도 청소노동자가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당시 공과대학에서 근무하던 60대 청소노동자는 지하 1층 계단 아래 마련된 간이 휴게공간에서 쪽잠을 자려고 누웠다가 사망했다. 이날 서울의 낮 기온은 35도에 육박했지만, 1평 남짓한 비좁은 공간에는 에어컨은커녕 창문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휴게시설은 많이 개선됐지만, 2년 만에 다시 청소노동자가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고자 힘을 합친 노동자들을 ‘괘씸죄’로 해고한 사례도 있다.

지난 2010년 홍익대 청소·경비노동자 130여 명은 최저임금도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을 바꾸기 위해 노조를 결성하자 홍익대가 용역업체의 계약 포기를 내세워 2011년 1월부로 노동자 전원을 계약 해지한 것이다. 이 사건은 많은 학생·시민의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사각지대 해소하려면 정부 가이드라인에 인센티브 병행해야”

전문가들은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용역직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구체적으로 직종별 근로 기준을 세분화해 용역직 근로자들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정부의 용역근로자 보호지침을 준수하는 등 고용구조 개선을 노력하는 대학·기업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과 각 대학·기업의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숨진 서울대 청소노동자 A 씨의 남편 이 씨는 “아내를, 엄마를 이 땅에서 다시는 볼 수 없지만, 출근하는 가족의 뒷모습이 마지막이 돼서는 안 된다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면서 “이번 일로 어느 누가 퇴직당하는 것을 바라는 게 아니다. 학교는 근로자들의 건강을 챙기고 노사가 협력해 대우받는 직장이 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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