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000만 원 인상’ 거부하고 파업 시동건 현대차 노조

입력 2021-07-0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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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파업 채비에 들어갔다. 현대차 노조는 7일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해 재적 대비 73.8%, 투표자 대비 83.2%의 찬성률로 파업을 가결시켰다. 12일 중앙노동위원회 쟁의조정회의의 ‘조정중지 결정’이 나오면 합법적 파업권을 얻는다.

현대차 노조가 실제 파업에 돌입하면 3년 만이다. 노조는 2019년과 지난해에도 파업을 결의했으나, 각각 한일무역분쟁과 코로나19 사태의 충격에 따른 어려움으로 파업 실행없이 임금과 단체협상을 타결했다. 그러나 올해는 기본급 인상률을 비롯해 성과급 및 정년연장 등을 놓고 노사간 이견이 매우 커 협상 난항이 예고된다.

회사측은 지난달 말 임단협 교섭에서 기본급 5만 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성과급 100%+300만 원과 품질향상 격려금 200만 원 지급 등을 제시했다. 총액으로 1인당 평균 1114만 원이나 올리는 안이라고 한다. 하지만 노조는 이를 거부하고, 기본급 9만90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만 64세로 정년연장, 국내공장 일자리 유지 등을 요구했다. 작년 동결된 기본급의 보상이 이뤄져야 하고, 올해 판매실적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는 이유에서지만 누가 봐도 과도하다.

현대차의 실적이 크게 좋아진 건 사실이다. 상반기 중 202만9000대를 팔아 작년 같은 기간보다 26.2%나 늘었다. 국내 판매 증가는 미미했지만 해외에서의 선전이 돋보였다. 상반기에 34.4% 증가한 164만3000대를 해외에 팔았다. 이로써 작년 코로나19 충격에 따른 판매 감소를 만회하고 숨통이 트였다. 그러나 코로나로 억눌렸던 미국 등 해외시장의 수요가 급증한 효과가 크고 보면, 일시적 실적 개선의 측면이 많다.

무엇보다 지금 글로벌 자동차산업이 격변하는 위기 상황이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부족으로 생산차질이 장기화하고 있다. 현대차의 생산 피해만 7만 대에 이른다. 파업까지 덮치면 인기 차종의 출고 지연으로 시장이 살아나는 모처럼의 호기(好機)를 놓칠 공산이 크다. 전기차와 수소차, 자율주행차 등 미래 모빌리티의 전환도 가속화하면서 현대차는 어느 때보다 갈 길이 바쁘다. 투자 확대와 사업구조 조정, 인력 재배치 등을 서둘러 빨리 경쟁력을 혁신하지 않으면 앞으로의 생존마저 장담하기 어렵다.

이런 마당에 노조는 더 내놓으라는 요구만 하고 있다. 현대차 근로자들의 평균 연봉이 1억 원에 육박하는데도, 국내공장 생산성은 세계 각국의 사업장 가운데 꼴찌 수준으로 대표적 고비용·저효율 구조다. 더구나 노조가 요구하는 정년연장은 청년 일자리의 심각한 부족과 얽혀 회사가 감당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현재차 노조는 ‘귀족 노조’의 대명사다. 지나친 기득권 챙기기에 국민 대다수가 거부감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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