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소기업 유동성 위기의 가장 큰 원인인 납품대금의 장기어음 지급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재계에 협조를 요청했다.
지식경제부는 장기어음 지급을 줄이고 현금성 결제를 늘려주도록 재계에 공식 요청하기로 하고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와 함께 30대 그룹 상생협력 임원회의를 소집해 논의할 계획이라고 15일 밝혔다.
지경부에서는 이윤호 장관 등 고위 관계자들이 직접 나서 납품대금의 현금성 결제를 늘려주고 상생협력펀드의 확대와 활성화에 적극 나서줄 것을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지경부와 금융위원회간 협의기구인 실물·금융 종합지원단 회의에도 이 안건을 올려 금융당국과도 해법을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달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판매대금 가운데 어음 결제비중은 45.1%에 달해 1분기(36.3%)에 비해 9%포인트 이상 급등하며 2002년 조사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대기업에 납품하는 협력업체들의 어음 결제비율이 46.0%로 평균치보다 높아 말뿐인 '상생협력'의 실상을 드러내고 있다.
납품업체들이 어음을 회수하는데 걸리는 시간도 119.7일에 달해 은행 대출이 막힌 중소기업으로서는 줄어든 일감으로나마 공장을 돌리려해도 인건비,자재비 등 기본적인 운전자금을 구하는데 애를 먹고 있는 형편이다.
법정관리를 신청한 쌍용자동차는 협력업체들이 납품대금으로 받은 어음이 3천5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지만 채권,채무가 동결돼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특히 쌍용차가 지난달 지급하지 않았던 근로자들의 임금을 지급했음에도 쌍용차의 어음 발행 중지로 인해 쌍용차로부터 어음을 받아 이를 할인한 자금으로 급료를 받던 간접 고용형태의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밀린 급여도 아직 받지 못하는 등 어음문제는 고용과 임금에까지 심각한 직접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
지경부 관계자는 "실태조사에서 중소기업 유동성 위기의 가장 큰 원인이 어음문제라는 결론은 나와있지만 충분한 해법이 마련되기는 힘든게 사실"이라며 "일단 재계와의 협력이나 금융위와의 논의를 통해 해법을 찾으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