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가 내년도 최저임금 '9160원' 결정에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커질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벼랑 끝에 몰린 소상공인을 외면한 결정이라는 격한 반응마저 이어졌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13일 사용자위원 입장문을 내고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2022년 적용 최저임금 시급 9160원은 최저임금의 지급 주체인 중소ㆍ영세기업, 소상공인의 지급능력을 명백히 초월한 수준”이라고 반발했다.
경영계는 “사용자위원들은 한계ㆍ영세기업의 생존과 취약계층의 고용안정, 그리고 더 많은 일자리 창출을 호소하며 양보안을 제시하는 등 타결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라며 “벼랑 끝에 몰려있는 소상공인과 중소·영세기업들의 현실을 외면한 공익위원들의 최저임금 인상안에 대해 우리 사용자위원들은 충격과 무력감을 금할 수 없었다”라며 회의장 퇴장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더해 경총은 자체적으로 낸 입장문에서 "지속된 코로나19 위기상황을 어떻게든 버텨내고 있는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는 것과 다름없는 무책임한 결정"이라며 심각한 우려와 유감을 표했다.
경총은 "이번 최저임금 인상은 최저임금 근로자의 약 83%가 종사하는 30인 미만 사업장에 치명적인 추가 부담을 초래할 것"이라며 "많은 취약계층 근로자들 역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노동시장 밖으로 밀려나는 상황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우려했다.
대한상공회의소도 관련 논평을 내고 "코로나로 가뜩이나 힘든 중소기업과 사회적 거리 두기로 한계상황에 부딪힌 소상공인의 현실을 고려할 때 내년도 최저임금을 5.1% 인상한 9160원으로 결정한 것에 대해 경제계는 깊은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최저임금 상승은 중소기업, 소상공인의 경영 애로를 심화시키고 고용시장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며 "정부는 최저임금이 경제 전반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일자리 안정자금 확대 등 지원 대책을 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경련도 입장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경제 주체들의 간절한 호소에도 5.1% 오른 9160원으로 최저임금이 결정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4년간 최저임금은 연평균 7.7%로 급격히 인상돼 지난 4년간 연평균 경제성장률(2.7%)과 물가상승률(1.1%)을 크게 웃돌고 있다"라며 "경제 현실을 외면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사업 환경은 악화하고 청년 체감실업률은 25%에 달하는 등 취약계층의 고용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최저임금을 5.1% 인상하는 것은 소상공인ㆍ자영업자는 물론 기업인들을 한계 상황으로 내몰고 나아가 실업난을 더욱 악화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계는 최저임금 결정 체계를 보완해야 한다고도 입을 모았다.
대한상의는 "매년 반복되는 최저임금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을 줄이고 경제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 최저임금 결정체계를 객관적 지표에 의해 산출하는 방식으로 개편하는 일을 더는 미뤄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경련은 "유례없는 경제난 속에서 고군분투하며 버티는 경제 주체들의 상황을 고려해 최저임금제도가 보완되기를 희망한다"며 "정부와 정치권은 업종별ㆍ직군별 차등 적용, 최저임금 결정 요소에 기업의 지급능력 포함 등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작용이 최소화될 수 있게 제도 개선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제언했다.
앞서 최저임금위원회는 제9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을 9160원으로 의결했다.
올해 최저임금(8720원)보다 440원(5.1%) 오른 수준이다. 월급(월 노동시간 209시간 기준)으로 환산하면 191만4440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