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만찬을 통해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합의했지만, 국민의힘이 '남는 재원이 있을 때'라는 단서를 다시 한번 못 박았다. 이에 민주당에선 합의 후에 말을 바꾼다며 '탱자 대표'라는 비아냥까지 나왔다.
두 대표는 12일 만찬 후 정부가 마련한 추경안의 소득 하위 80%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 지급으로 확대하고, 지급 시기는 방역 상황을 검토해 추후 결정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다만 국민의힘은 전 국민 지급의 조건으로 '재원이 남을 경우'를 내걸었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13일 오전 원내대책회의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전 국민 지원한다는 거 합의했다는 사실 자체가 팩트가 아니다"라며 "그 부분에는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 재원이 33조라고 하는데 재원을 추가로 확보한다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을 뿐더러 국채를 추가로 발행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기존 정부가 제출한 세입 재원 범위 내에서 어떻게 활용할 것이냐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김도읍 정책위의장도 원내대책회의에서 "어제 합의 내용은 정부 방역 지침에 따라 손실을 본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의 대상과 범위를 넓히고 두텁게 지원하는 데 우선으로 추경 활용하고 이후 남는 재원 있을 시 재지급 대상 범위를 전국민으로 확대하는 것까지 검토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추경 심사에서) 소상공인 자영업자 즉 실질적으로 피해를 본 분들에게 핀셋 지원하는 것을 우선으로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이 전 국민 재난지원금에 발을 빼는 모양새를 취하자 민주당은 반발했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이준석 대표는 100분 만에 말을 뒤집는 100분 대표, 탱자 대표가 되려는 것인가"라며 "송 대표를 만나 귤 맛을 뽐내던 이 대표가 국민의힘에 가더니 100분 만에 귤 맛을 잃고 탱자가 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 삶에 직결되는 문제에 대해 여야 대표 간 정치적 합의가 이렇게 가벼워서 되겠나"라며 "이 대표와 국민의힘의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한다"고 당부했다.
한준호 원내대변인은 회의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어제 100분 쇼가 있었다"라며 "어제 합의하고 나서 당시 함께 배석했던 양당 수석 대변인들이 함께 발표한 내용을 들고 들어가서 100분 만에 번복하는 이 부분에 대한 지적들이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 대표로서 협상하고 그야말로 당을 설득하지 못하고 탱자가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