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풍경] 육아(育兒) 고난기

입력 2021-07-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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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훈 닥터최의연세마음상담의원 원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의학박사, 연세대학교 명지병원 외래교수

“아이 키우는 게 이렇게 힘들다고 누가 미리 알려 주었으면, 아마 낳지도 않았을 거예요.”

스트레스와 과로가 가득 쌓인 얼굴에 그녀의 눈빛은 꺼지기 직전의 형광등 같다.

“주변 어른들은 예전엔 열 아이도 힘든지 모르고 키웠는데, 왜 너는 고작 하나인데 힘드냐고 하세요.”

그녀는 죄책감과 억울함이 혼재된 표정으로 눈물을 닦는다.

“저도 아이가 둘입니다. 두 살 차이 나는데, 둘째가 태어난 해에는 정말 힘들어서 이러다 수면 부족으로 죽겠지 한 적도 있었어요.”

나도 그때를 회상하며 잠시 상념에 잠긴다.

“저도 왜 이렇게 육아가 힘들까 하면서 궁금했던 적이 있었어요.”

“그 이유는 과거에는 공동 육아를 했었거든요. 농촌경제 시대에는 친인척들이 모여 살았죠. 고모, 이모, 할머니가 주변에 항상 있어서 양육을 도와주었습니다. 심지어는 손위 누이들도 거들었고요. 저는 신생아를 중환자에 비유하곤 합니다. 몸도 전혀 못 가누고, 대소변도 못 가리고, 의사 표현도 못 하고, 식사도 먹여 주어야 하죠. 중환자실 간호사는 하루 3교대라도 하는데, 어머니들은 조금의 쉼도 없이 혼자만 하는 육아를 하다 보니 몸과 마음이 지치게 되는 것이 당연합니다. 또, 걷고 뛸 수 있게 되면 아이들끼리 집 밖에서 놀다가 배고플 때나 집에 들어와서 엄마를 찾곤 했는데, 요즘은 어머니가 놀이 문화까지 다 책임져야 하니 정말 과다한 양육 스트레스에 노출되게 됩니다.”

그녀는 살짝 힘없는 미소를 지었다.

“그럼 저는 어떡해야 하나요?”

“아이는 엄마가 오롯이 키워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세요. 가족들의 도움도 받고, 주변에 아이와 비슷한 또래의 어머니와 친분을 형성하셔서 공동육아를 하도록 하여야 합니다.”

“만약 사정이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면, 어린이집의 도움을 받으세요.”

“육아는 정말 힘든 겁니다. 누구에게나요. 그걸 인정하고 주변에 도움을 적극적으로 요청하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슬프면서도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최영훈 닥터최의연세마음상담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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