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자영업자ㆍ방역인력만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취재차 7~11일 이탈리아 베네치아를 방문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노마스크’였다.
이탈리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초기 방역에 실패한 대표적인 국가다. 15일 14시(한국시간) 기준 확진자는 427만5846명, 사망자는 12만7831명에 달한다. 최근까지도 출입국 제한과 더불어 대부분 지역에 외출 금지령을 내리고 비필수 다중이용시설을 폐쇄했다.
현재 상황도 안정적으로 보긴 어렵다. 이날 신규 확진자만 2153명에 달하고, ‘2020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0)’를 계기로 대규모 이동·운집이 이뤄졌다. 이런 상황에 이탈리아는 국내외 봉쇄를 풀고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해제했다. 실내에선 여전히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나, 호텔·매장 등에선 마스크를 벗은 사람들이 별다른 제재 없이 돌아다닌다. 또다시 대유행이 발생한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다.
오히려 이탈리아보다 상황이 안정적인 독일에서 방역조치가 더 잘 작동하고 있었다. 확진자 수는 이탈리아와 큰 차이가 없지만, 1차 예방접종률이 60%를 넘어섰다. 그런데도 독일의 대다수 다중이용시설은 실내 영업을 부분적으로만 재개했다. 입국 경유차 들렀던 프랑크푸르트에선 식품 소매점조차 매장 내 손님 수를 자체적으로 제한했다.
한국의 상황은 독일보다는 이탈리아에 가깝다. 대유행이 우려되는 시기에 방역조치를 완화했다. 남은 건 방역조치를 다시 강화하는 것이다. 다만 ‘고통 분담’ 차원에서 한국은 이탈리아보다 부정적이다. 이탈리아에선 방역조치 강화가 전 국민의 자유를 박탈하지만, 한국에선 자영업자들만 피해를 본다. 이탈리아는 방역에 실패해도 권리를 누리는 쪽과 책임을 지는 쪽이 일치한다.
베네치아 거리를 지날 때 한 카페 주인이 “어디에서 왔느냐”고 물었었다. “한국에서 왔다”고 답하자 “당신들 드디어 돌아오는 거냐”며 반색했다. 이에 “우리는 G20 회의 때문에 온 것”이라고 답하자 카페 주인은 이내 풀이 죽었다. 그나마 이탈리아의 자영업자들은 한국의 자영업자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자신들만 희생하는 건 아니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