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단수' 늑장 대응에 시장은 결혼식 참석…춘천 시민이 화난 이유

입력 2021-07-15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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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단수 사태 '일주일'만에 정상화
고장 원인 취수장 펌프 부품 '노후화' 추정
이재수 시장, 지인 자녀 결혼식 갔다 코로나 검사
늑장 대응 비판…집단 소송 움직임까지

▲9일부터 시작된 단수 사태로 12일 강원 춘천시 남면의 한 음식점 앞에  임시로 물을 받은 물통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9일부터 시작된 단수 사태로 12일 강원 춘천시 남면의 한 음식점 앞에 임시로 물을 받은 물통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초유의 단수 사태를 빚은 춘천에서 수돗물 공급이 일주일만에 정상화됐다. 15일 오후 현재 춘천시 25개 읍면동에 수돗물이 모두 공급되며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복구 과정에서 춘천시의 미흡한 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사태 이틀째 이재수 춘천시장이 지인 자녀의 결혼식에 방문한 뒤 코로나19 검사를 받아 자가격리를 하면서 시민 불만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춘천시에 책임을 묻는 집단 소송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물의 도시' 춘천, 수돗물 왜 끊겼나?

▲춘천 단수 사태 이후 온라인상에는 녹물과 파워에이드 색깔의 수돗물이 나왔다는 증언이 속출했다. (출처=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춘천 단수 사태 이후 온라인상에는 녹물과 파워에이드 색깔의 수돗물이 나왔다는 증언이 속출했다. (출처=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춘천에서 수돗물 공급이 차질을 빚은 건 9일 소양 취수장 취수 펌프 5기 중 한 1기의 밸브 연결 부위가 파손되면서다. 파손 부위 수리를 위해 펌프 5기를 모두 세우면서, 춘천 25개 읍면동 가운데 22곳에서 수돗물 공급이 중단됐다.

문제는 오전 11시께 밸브가 파손된 뒤 오후 2시부터 수돗물 공급 중단 조치를 내렸지만, 시민에게 단수 사실이 알려진 건 오후 2시 25분께였다. 무더운 여름날, 뒤늦게 단수 안내 문자를 받은 시민은 미리 물을 받아놓거나 생수를 구매해 대비하기 어려웠다.

이와 관련 상하수도사업본부는 "취수장에서 물이 엄청나게 솟구치는 것을 확인, 조처를 하려고 했지만, 수압이 워낙 세서 인력으로 한계가 있었다"며 "(단수가 되면) 워낙 사안이 크다 보니까 대책을 논의하면서 오후 1시 50분께 시청 재난과에 알렸다"고 해명했다.

고장난 펌프 고쳤다더니 '땜질식 처방'이었다

▲9일 소양취수장에서 긴급 보수 공사가 이뤄지고 있다. (연합뉴스)
▲9일 소양취수장에서 긴급 보수 공사가 이뤄지고 있다. (연합뉴스)

춘천시는 사태 초기에 단수 약 9시간 만인 9일 오후 11시께 복구를 마쳤다고 밝혔으나 사실이 아니었다. 파손된 밸브의 부품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춘천시는 사고 직후 타 지역 업체에 부품을 요청했지만, 수압 등이 기준에 맞지 않아 설치하지 못했다.

밸브는 주문 제작이 필요해 완전 복구까지는 수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망가진 밸브를 제거하고 임시 덮개판으로 막은 채 이와 연결된 펌프 1기의 운행을 중단한 상태다. 춘천시는 수도관과 밸브의 노후화를 사고 원인으로 보고 있지만, 정확한 원인은 전문가 조사를 거쳐야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고장난 펌프에 있는 40 개의 볼트 가운데 볼트 1개만 도색이 안 돼 있어 과거 수리를 했던 것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인과관계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춘천시의원들은 정확한 사고 원인과 함께 여러 볼트 가운데 1개만 도색이 안 된 상황에 대해서도 사실 확인에 나설 계획이다.

늑장 대응…시장은 타지 지인 결혼식 참석

▲지난해 2월 22일 기자회견 당시 이재수 춘천시장 (뉴시스 )
▲지난해 2월 22일 기자회견 당시 이재수 춘천시장 (뉴시스 )

한여름 수돗물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춘천 시민들은 큰 불편을 겪었다. 특히 남산면 수동리 일부 가구는 사고 엿새째인 14일까지도 수돗물을 쓰지 못했다. 취수장과 연결된 수도관에 공기가 차면서였다. 이들 가구에 수도 공급이 원활히 이뤄진 건 14일 저녁이 돼서였다.

사태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하는 이재수 춘천시장의 리더십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재수 시장은 단수 이틀째인 10일 원주에서 열린 지인 자녀의 결혼식에 참석했다가 결혼식장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방문하면서 13일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이 시장은 이날 오후 6시께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자가 격리를 해야했다.

이와 관련 춘천시는 이재수 시장이 10일 오전 4시 30분부터 9시 30분까지 정수장 현장에 나가 상황을 점검한 뒤, 잠시 결혼식을 다녀온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후 오후 3시 30분부터 다시 정수장을 찾아 후속 조치를 지시했으며, 자가격리 기간도 3시간 정도였다고 밝혔다.

단수 사태, 집단 소송 움직임까지

▲강원 춘천시에서 단수 사태 이후 녹물 나온 수돗물로 인해 검게 변한 샤워기 필터. (연합뉴스)
▲강원 춘천시에서 단수 사태 이후 녹물 나온 수돗물로 인해 검게 변한 샤워기 필터. (연합뉴스)

일부 시민들은 춘천시에 이번 단수 사태의 책임을 묻는 집단 소송 준비에 나섰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춘천사무소는 14일 단수 사태 진실 규명과 시민들의 피해회복을 위해서 집단 소송을 준비중이라고 밝히며 소송인단 모집에 나섰다. 각종 필터류와 샤워기 교체 비용, 기타 피해에 따른 발생 비용 등 공통된 피해 상황에 대해 집단소송을 진행할 계획이다.

한편 이재수 시장은 15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다시 한번 단수 사태에 사과했다. 이 시장은 "초유의 전지역 단수 사태로 큰 불편을 드린 점 정말 죄송하다"면서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아울러 "급수 중단 등의 상황을 대비하여 취·정수장의 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수질 및 물 처리 시스템을 다시 설계하겠다"며 "단수에 따른 가장 빠르고 합리적인 보상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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