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인사이트] 의견 청취도 못하고…노선 없는 가상자산 법안만 난립

입력 2021-07-1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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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9월 특정금융정보법 시행을 앞두고 가상자산(가상화폐)과 관련된 법안이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기존 법을 개정하거나 새로운 독립된 법안도 발의되고 있으나, 정작 통일된 노선은 마련되지 못하고 세부 내용은 점점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가상자산 업계의 특성상 하나의 정부 부처 단독으로 입법안을 마련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17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권은희 의원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자본시장법)’과 ‘가상자산 거래 및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가상자산법)’을 최근 발의했다. 모두 ‘가상자산’과 관련된 법안이다. 독립된 법안인 가상자산법 의결을 전제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이다. 가상자산 사업자를 일종의 금융투자사로 규정해 자율성을 높이고 따로 마련된 독립 법안을 통해 투자자 보호를 하겠다는 의도다.

권 의원의 법안이 발의되면서 최근 가상자산과 관련한 법안은 8개로 늘었다. 박용진 의원이 지난해 6월 발의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시작으로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주환 의원) △가상자산법(이용우 의원) △가상자산거래에 관한 법률안(양경숙 의원) △전자금융거래법 일부 개정안(강민국 의원) 가상자산업 발전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김병욱 의원) 등이 발의됐다.

문제는 이러한 국회 입법안은 통일된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가령 가상자산 사업자를 진입시킬 때 인가 기준으로 할 것인지, 등록 및 신고로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법안이 제각각이다. 가상자산업의 범위는 물론 불공정거래의 행위, 손해배상 책임 등도 마찬가지다. 의원마다 여기는 가상자산에 대한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가상자산 입법안이 발의될수록 세부적인 차이만 점차 심해졌다.

여당은 가상자산 TF를 통해 관계부처의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근거로 독립된 가상자산 법안을 제정하고자 한다. 지난 13일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금융위의 의견을 수렴하고자 했지만, 의견의 차이만 반복하는 데 그쳤다. 민형배, 김병욱 의원 등은 금융위가 가상자산 ‘규제’ 외에 산업적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로 질의했으나, 금융위는 독립된 법안은 금융위만 포함될 수 없다고 봤다. 특히 산업적 측면과 규제 측면은 양립하기 어렵다는 점도 토로했다.

이에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총리실 차원에서의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금융위는 특금법에 따른 가상자산의 자금세탁 위험에 대한 규제는 금융위가 담당해야 한다는 점은 공감하면서도 가상자산의 산업적 측면을 강조하는 법안은 금융위 소관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금융위가 가상자산과 관련해 정부 입법안을 적극적으로 내지 못하는 배경이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정부가 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통일된 입법을 마련하는 것이 효율적이나, 최근에는 국회가 전면적으로 나서면서 정부 입법안을 마련하는 것이 힘을 잃었다”고 말했다.

이에 업계에선 최종적인 법안이 나오기까지 짧지 않은 시기가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위 산하 FIU도 가상자산과 관련해 해외 입법 사례도 살펴보고 있으나, 제정 사례가 드물고 국제적으로 통일된 입장이 존재하지 않아 애를 먹는 상황이다. FIU 측은 최근 입법 방향성에 대해서 국회와 논의하겠다고 했으나, 국회 자체에서도 방향성이 제각각이라 이를 하나의 기준으로 수렴하는 일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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