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에 나선 현대자동차 노사가 MZ세대(20ㆍ30대) 직원의 복지를 강화하는 등 일부 안건에서 합의를 이뤘다. 반면, 기본급과 성과금, 미래발전 협약, 정년 연장 등 주요 쟁점에선 대립을 지속하고 있다.
20일 금속노조 현대차 지부에 따르면 노사는 단체협상 개정과 관련한 일부 안건을 합의 처리하기로 했다. 처리 안건에는 ‘MZ세대 조합원을 위한 사기진작 방안’도 담겼다. 합의안에 따르면 노사는 △경조금 상향 △첫차 구매 시 20% 할인 △학자금 대출 이자지원 △1인 1실 기숙사 신규건립 등 경제적 혜택 강화와 복지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합의 내용을 살펴보면 노사는 조합원의 결혼 경조금을 최대 100만 원으로 높이고, 10만 원 수준이던 출산 경조금도 100만 원으로 인상한다. 입사 후 첫차를 구매하는 조합원에게는 조건 없이 20% 할인 혜택을 준다.
또한, 입사 후에도 학자금 대출을 갚고 있는 조합원을 위해 회사가 대출이자를 대신 갚아주기로 했다. 1000억 원 이상을 투자해 노후 기숙사와 사택을 재개발하고 1인 1실 주거환경을 제공하는 내용도 담겼다. 울산공장 기숙사는 당장 내년 초에 공사를 시작한다.
노사는 임단협 최종 타결 전에 복지 강화에 먼저 합의하며 최근 들어 존재감이 커진 20ㆍ30세대 직원 챙기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현대차그룹의 20ㆍ30세대 직원들은 올해 초부터 처우 개선과 공정한 보상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사무연구직은 별도 노조를 설립하기도 했다.
이상수 현대차 노조 위원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MZ세대와 사무ㆍ연구직 조합원을 어떻게 달래고, 안고 갈 것인지 고민이 많다”라며 “당장 이해할만한 성과급이 주어지도록 하겠다. 연구 직무에 있는 조합원에게 걸맞은 수당이나 인센티브를 도입해 자부심을 느끼고 일할 수 있도록 사 측을 압박하겠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노사가 합의한 안이 사무직의 불만까지 해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합리적인 보상 체계 수립, 생산직 중심의 교섭 방식 개선이 사무직의 핵심 요구 사안이라서다.
노사는 주요 쟁점인 기본급과 성과금 규모, 미래 협약, 정년 연장 등에서는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사 측은 9일 노조에 전달한 2차 제시안에 △기본급 5만9000원 인상 △성과금 125%+350만 원 △품질향상 격려금 200만 원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특별 합의 주식 5주 △주간 연속 2교대 포인트 10만 포인트 지급 등을 담았다. 1차 제시안보다 기본급을 9000원, 성과금은 25%+50만 원 상향했고, 100만 원이 넘는 주식 5주 지급도 제안했다.
1차 제시안보다 진전된 내용을 담고 있지만, 노조는 여전히 부족하다며 추가 제시를 요구했다. 기본급과 성과금 확대가 필요하고, 특히 미래협약에 구체적인 국내 투자 계획을 밝혀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쟁점이던 정년 연장은 추진력이 다소 떨어지는 모양새다. 완성차 3사(현대차ㆍ기아ㆍ한국지엠) 노조는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과 연계해 정년을 늘리자는 입법 청원을 지난달 공동으로 국회에 제출했다. 30일 이내에 10만 명의 동의를 얻으면 입법 심사를 받을 수 있는 제도인데, 실제 동의한 인원은 2만 명도 되지 않았다. 청원은 기간이 만료돼 자동 폐기됐다.
노조는 청원 당시 3사 조합원만 해도 9만 명이 넘는 만큼 20만 명 이상의 청원도 가능하다고 홍보했지만, 실제 동의율은 목표치 19%에 그쳤다. 정년 연장에 관해서는 조합원 간의 생각이 모두 다른 현실을 확인한 것이다.
사 측은 정년 연장 대신 현재 시행 중인 시니어 촉탁제를 확대 개편하는 개선안을 제시했다. 시니어 촉탁을 적용하는 직군을 확대하고, 계약 종류 이후에도 고용을 유지하는 방안이다.
노조는 20일까지를 임단협 집중교섭 기간으로 설정한 상태다. 이날까지 잠정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여름 휴가 전 교섭 타결은 쉽지 않고, 쟁의권을 활용할 가능성도 커진다. 노사는 이날 17차 교섭을 통해 막판 협의에 나선다.
노조 관계자는 “이번 주 교섭은 휴가 전 타결을 위한 마지막 기회다”라며 “임금, 성과금, 미래협약에 대해 사 측이 제대로 제시하지 않으면 강력한 쟁의 순서를 밟을 수밖에 없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