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주 '백지화'ㆍ종부세 '재논의'...불신 키우는 부동산 정책

입력 2021-07-20 16:49 수정 2021-07-20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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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집값 안정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내년 대선을 앞두고 부동산 민심을 달래려다보니 설익거나 일관성을 잃은 정책을 내놓으며 시장의 잡음과 불신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한강변에서 바라본 강남구 압구정동 일대 아파트 단지들 모습. (사진 제공=연합뉴스 )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집값 안정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내년 대선을 앞두고 부동산 민심을 달래려다보니 설익거나 일관성을 잃은 정책을 내놓으며 시장의 잡음과 불신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한강변에서 바라본 강남구 압구정동 일대 아파트 단지들 모습. (사진 제공=연합뉴스 )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집값 안정 목표와 내년 대선을 의식한 표심 관리 사이에서 설익거나 일관성 잃은 정책을 연이어 발표하며 시장의 잡음과 불신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종부세 2% 논란에 등록임대주택제도 재검토
조합원 실거주 규제까지 '논란의 연속'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여야 간사는 오는 8월 임시국회에서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개정안을 재논의하기로 했다. 여야가 종부세 완화에 뜻을 모았는데도 논의가 미뤄진 건 개정안의 구체적인 완화 기준이나 금액 등 세부 내용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서다. 여당은 종부세 부과 기준을 공시지가 상위 2%로 주장하는 반면 야당은 12억 원이라는 절대금액을 기준선으로 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유동수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부동산 부동산특별위원회 종부세 개정안은 1세대 1주택자는 부동산 공시가격 상위 2%에 해당하는 주택에 종부세를 과세하되 억 단위 미만은 반올림해 계산하는 내용을 담았다. 부동산 공시가격을 0∼100%로 순위를 매기고 상위 2% 기준선을 그어 그 아래 구간 1주택자는 종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여야가 조만간 종부세 담판에 들어간다고 해도 합의까지 갈 길은 멀어 보인다. 사사오입 논란을 야기한 반올림 계산 방식에서 논쟁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서다. 상위 2% 기준선이 11억4000만 원인 경우 반올림하면 과세 기준선은 11억 원인데 이 경우 상위 2%에 속하지 않는 11억~11억3000만 원대 1주택자도 종부세를 낼 수 있다. "매년 수만 명의 과·오납 피해자가 생길 것"이라는 유경준 국민의당 의원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시장에선 상위 2%를 기준으로 정한 이론적 근거가 빈약하다는 지적이 여전하다.

재건축 실거주 2년 규제 철회는 손바닥 뒤집 듯 정책을 뒤집은 대표적인 예다. 지난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민주당 조응천 의원이 대표 발의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을 법안소위에서 통과시키면서 재건축 단지의 조합원이 2년 이상 거주해야 분양권을 주도록 한 내용을 삭제했다.

지난해 6·17대책에 포함됐던 이 제도는 당시에 세입자를 내보내고 집주인들이 실입주에 나서면서 전월세시장을 들쑤신다는 지적이 많았다. 서울 강남 주요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어 전세나 월세 끼고 집을 사는 것을 막은 상황에서 집주인의 실거주까지 강제하는 건 중복 규제라는 비난도 적지 않았다. 사실상 옥상옥(屋上屋) 규제였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개발 기대감과 전세 물량 축소로 집값과 전셋값을 모두 끌어올리면서 애꿎은 서민들만 피해자로 만들어낸 뒤 폐기된 것"이라며 "정책의 정교함이 없었다"고 말했다.

등록임대사업자 제도에서도 갈지자(之) 행보가 이어졌다. 임기 초기 제도를 권장하다가 다주택자에 꽃길을 깔아준다는 비난에 정부는 지난해 7·10 부동산 대책에서 단기 임대와 아파트 매입임대

등록사업자 제도를 없앴다. 지난 5월에는 여당 부동산특위가 아예 제도 폐지 쪽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시장의 거센 반발에 '원점 재검토'로 다시 물러섰다.

정책 논란 키우는 표퓰리즘...대선까지 계속?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쉬지 않고 논란에 부딪히는 건 집값 안정화를 목표로 하는 상황에서 내년 대선 때 표심을 잃지 않으려는 정치적 계산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본다. 정부ㆍ여당이 여론 눈치보기로 진퇴양난에 빠졌다는 것이다. 권 교수는 "여당은 4ㆍ7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부동산 정책을 개선하기로 했지만 부동산 안정화와 포퓰리즘 사이에서 일관성이나 세밀함을 더 잃었다"고 말했다.

최근 주택 거래시장 침체가 이같은 정책 논란이나 불신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서울에선 지난 2월부터 아파트 매매거래가 줄곧 5000건을 밑돌고 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에 시장에선 '일단 두고보자는 식'의 인식이 자리잡고 있지만 집값 상승 기대감에 호가는 계속 오르고 있다"며 "이같은 분위기는 대선을 앞둔 시점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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