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언제까지 국민 상대로 실험만 할 건가

입력 2021-07-21 05:00 수정 2021-07-21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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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창 오프라인뉴스룸 에디터

임기 말 정책 리스크가 도를 넘었다. 주요 정책이 대선 표논리에 휘둘리고 있다. 오락가락 부동산 정책은 차치하고 백신 도입 실기에 방역 오판, 재난지원금 혼선 등 일일이 거론조차 하기 힘들다. 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최저임금 5% 인상은 그 결정판이다. 시장은 불안하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다. 문재인 정권은 선의를 앞세운 아마추어 실험정부 행태를 되풀이하고 있다.

애당초 첫 단추부터 잘못 뀄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은 악몽의 시작이었다. 경제가 급하강한 2018년부터 2년간 27.3%를 올렸다. 경제성장률의 5배에 달하는 무리수였다. 김동연 당시 경제부총리는 여러 차례 직언을 시도했으나 제지당했다고 책에 썼다. ‘임기 내 최저임금 1만 원’이라는 문 대통령의 공약에 집착한 결과였다. 영세기업은 고용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 2년간 43만6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저소득층의 소득 증대를 통해 소비를 진작해 생산을 늘리는 선순환경제구조를 만든다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부른 재앙이었다. 디테일이 결여된 선의는 저소득층을 위기로 내몰았다. 소득은 되레 감소했고 빈부격차도 더 커졌다. 소상공인은 아우성이다. 코로나까지 겹쳐 비명을 지르는 이들에게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 5% 인상이라는 결정타를 날렸다.

부동산 정책은 아마추어 정부의 극치다. 집값을 잡겠다며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집값은 뛰었다. 경실련 조사서 서울 아파트값은 4년간 78% 급등했다. 정부의 선의를 믿고 집을 안 산 사람은 벼락거지 신세가 됐다. 세입자 보호를 명분으로 밀어붙인 임대차 3법은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에게 고통을 안겼다. 매물절벽에 전세가가 급등해 시장은 패닉 상태다. 이투데이가 지난 1년간 서울 전세 계약을 전수조사한 결과 26.4%가 최고가 신고가였다. 같은 아파트에서도 계약 갱신과 신계약의 가격차가 4억~5억 원에 이르는 ‘이중가격’ 현상까지 나타났다. 세입자 보호라는 선의로 출발한 법안이 시장 왜곡으로 세입자를 잡는 꼴이 됐다.

더 심각한 건 정책이 오락가락한다는 점이다. 정책의 생명인 일관성과 안정성 모두 무너졌다. 재건축 조합원 실거주 2년 의무규정 백지화가 대표적이다. 당정은 재건축 투기를 막겠다며 내놨던 이 규제를 1년 만에 폐기했다. 실거주 규제로 재건축 수요가 줄어 시장이 안정될 거라는 생각은 애당초 순진한 발상이었다. 결과는 정반대였다. 집주인들이 실거주 요건을 채우려 대거 입주하면서 주요 단지의 재건축 속도가 빨라지고 아파트 값은 수억 원씩 치솟았다. 졸지에 쫓겨난 세입자들이 늘어나면서 전셋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세입자에게 엄청난 피해를 안겨준 채 슬그머니 없던 일이 된 것이다.

임대사업자 정책은 더 기가 막힌다. 2017년 서민과 무주택자 주거안정을 위해 임대사업을 장려한 건 정부였다. 각종 혜택까지 줬다. 3년 만인 지난해 정부는 갑자기 단기임대(4년)와 아파트 매입임대(8년)를 폐지한 뒤 올 5월 민간 매입임대까지 없앴다. 임대사업자는 하루아침에 투기꾼으로 몰렸다. 매물 유도를 위해 양도세 중과세 면제를 등록말소 후 6개월로 줄였다 임대사업자가 반발하자 재검토하기로 했다.

종부세 과세 대상인 상위 2% 기준을 억 단위로 반올림해 정하기로 한 방식도 바꾸겠다고 한다. 납세자의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리는 사사오입 개악 논란이 일어서다. 억 단위 반올림이 사라지고 천 단위로 바뀌면 공시가격 11억 원이 10억7000만 원(시세 15억2000여만 원)수준으로 낮아져 대상자가 2만 명 늘어날 수 있다. 민감한 세금 문제를 손바닥 뒤집듯 한다. 가격이 아닌 비율로 세금을 정하는 나라는 없다. 2% 자체가 표논리다.

재난지원금 논란은 점입가경이다. 민주당이 국민 하위 80%에 지급하기로 한 정부와의 약속을 깨고 100%로 말을 바꿨다. 경제부총리의 반대에도 밀어붙일 태세다. 대선 표논리에 재정건전성 악화나 미래 세대에 폭탄 돌리기라는 지적은 들리지 않는다.

코로나 방역도 혼란스럽긴 마찬가지다. K-방역을 자랑하다 제때 백신구매를 실기한 게 최대 실책이다. 백신이 경제회복과 직결되는 상황에선 더더욱 그렇다. 국민의 자발적 협조로 근근이 버티던 상황은 정부의 거리두기 완화 등 방역 오판으로 급속히 악화했다. 급기야 백신이 모자라 접종 예약이 중단되는 사태까지 불거졌다.

정부 여당의 선의를 앞세운 헛발질은 끝이 없다. 되풀이되는 정책 혼선과 방역 실패에도 변명에 급급할 뿐 책임지는 사람 하나 없다. 국민은 혼란스럽다. 언제까지 국민을 상대로 한 실험을 계속할 건가. 국민이 정부와 정치를 걱정하는 지경이다. 거창한 걸 바라지도 않는다. 지친 국민을 힘들게 하지 말아 달라는 게 무리한 요구인가. leej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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