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속으로] 배터리 강국을 향한 기술 로드맵

입력 2021-07-21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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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 김지산
우리 정부가 세계 최고 배터리 강국 실현을 위한 ‘K-배터리 발전 전략’을 발표했고,때마침 주식시장도 뜨겁게 반응하고 있다. 무엇보다 배터리 기술 리더십을 유지하는게 중요하다. 기술이 앞서면 시장이 따라오고, 원가가 낮아지기 마련이다.

배터리 기술은 에너지 밀도를 높이고, 수명을 늘리며, 고속 충전을 가능하게 하고, 원가를 낮추며, 부품 수를 줄이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다. 에너지 밀도는 현재 무게 기준 kg당 280Wh에서 2년 후에 300Wh로 향상될 것이다. 밀도를 높이기 위한 대표적 방법으로 양극재는 니켈 함량을 늘리는 하이니켈(High-Ni) 기술을 발전시키고, 음극재는 실리콘을 혼용해 갈 것이다.

수명은 이미 적정 수준에 도달했다고 볼 수도 있다. 800 사이클이 가능하고, 일회 충전으로 400km 주행한다고 가정하면 30만km이상 달릴 수 있다. 내연기관 택시를 넘어선다. 다만, 배터리 수명이 오래될수록 내부 저항에 따라 출력이 저하되는 점이 문제다. 상용차는 장수명에 대한 요구가 크다.

고속 충전이 전기차 대중화의 가장 큰 과제일 수 있다. 고속 충전 시간은 현재 25~30분에서 2025년에 15분까지 줄어들겠지만 그래도 길게 느껴진다. 에너지 밀도와 고속 충전은 반대 방향의 기술이라는 점이 문제다. 즉 에너지 밀도를 높이려면 활물질을 많이 넣어야 하는 반면에, 고속 충전을 위해서는 로딩을 낮추고 전극을 얇게 해야 한다. 두 가지 기술이 병립하려면 소재의 혁신이 필요하다.

용량 당 원가를 낮추기 위해서는 고용량 소재, 고로딩 설계, 셀 대형화 등을 구현하고자 한다. 같은 맥락에서 부품 수를 줄이기 위해 모듈 단계를 생략한 셀투팩(Cell to Pack), 모듈과 팩 단계를 생략한 셀투섀시(Cell to Chassis) 기술이 부각되고 있다. 셀투팩 기술은 머지않아 적용될 것으로 예상되고, 셀투섀시 기술은 완성차 업체와 협업이 필요한 만큼, 2025년쯤에 상용화될 전망이다

4대 소재별 기술 방향을 보면, 양극재는 니켈 함량을 80%에서 90% 이상까지 높이는 하이니켈기술로 가고 있다.

상대적으로 NCA소재는 안정성, NCMA소재는 용량과 수명 측면에서 우수하다는 평가가 있다.장기적 관점에서 리튬황, 리튬에어전지 등에 대한 연구도 병행되고 있다.

음극재는 실리콘을 합성하면 전극의 두께가 얇아지기 때문에 에너지 용량과 함께 급속 충전 면에서강점을 가진다. 실리콘 합성률은 현재 2%수준인데, 부피 팽창 이슈를 감안하면 10%가 한계일 것이다. 향후 음극재는 리튬메탈로 대체될 텐데, 덴드라이트(수지상) 생성을 억제하는 것이 중요하며, 보호막을 통해 표면을 균일하게 만드는 기술 등이 시도될 것이다.

분리막은 안전성을 담보하기 위해 코팅 기능이 중요하다. 강도가 우수한 습식막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전해질은 고성능 염과 첨가제를 개발하는 한편, 저온 및 고온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

차세대전지인 전고체전지로 가야 할 이유는 명확하다. 궁극적으로 리튬이온전지의 태생적 한계인 화재 및 폭발 위험을 제거하고, 에너지 밀도를 현재의 2배 수준인 500Wh/kg까지 높일 수 있다.

구체적인 장점으로 고전압 양극활물질을 적용할 수 있고, 적층 가능한 바이폴라(Bipolar) 구조를 가지며, 냉각 장치나 배터리보호회로(BMS)가 필요 없다 보니 팩 단위 부피 밀도를 향상시킬 수 있고, 고체 전해질의 특성상 작동 온도가 넓으면서 특히 겨울처럼 저온에서 높은 이온전도도를 유지한다.

고체 전해질 소재는 장단점을 모두 가지는데, 황화물계는 액체 수준의 높은 리튬이온전도도, 산화물계는 공기 중 안전성과 비교적 높은 이온전도도, 폴리머는 기술의 성숙도가 장점이다.

업체별로는 일본 토요타가 황화물계를 앞세워 기술 개발을 선도하고 있다.다행히 우리 기업들도 대응 속도를 높이고 있는데, LG에너지솔루션은 폴리머계 개발에 가장 앞서 있고, 삼성SDI는 2025년 전기차용 대형 전지를 개발한 후 2027년부터 상업화에 나선다는 스케줄이다. 전고체전지 시장은 2025년경부터 개화하고, 초기에는 소형 IT 분야에 먼저 적용될 것이다.

시장 조사 기관(SNE Research)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향후 10년간 23배로 성장할 전망이다. 유럽연합도 2035년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계획을 발표하며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제는 보조금 정책에서 벗어나 철저하게 기술과 원가로 경쟁하는 시기가 됐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3사가 선의의 경쟁을 통해 글로벌 Top 5에 안착하리라 믿는다.메모리 반도체처럼 말이다. 그러면 당연히 세계 최고 배터리 강국이 실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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