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털’, ‘민들레 홑 씨’. 학창시절 수련회, 대학 시절 MT를 가서 다음 날 아침 머리를 감고 나면 친구들에게 통과의례처럼 한 번씩 듣곤 했던 단어들이다. 변주로는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의 문지기 캐릭터 ’해그리드‘가 있다. 앞선 단어의 나열에서 예상할 수 있듯, 불규칙하고 비죽비죽 솟은 머리 모양으로 유명하다.
나름의 이유가 있다. 머리숱이 많으므로 남들 두 배의 시간만큼 드라이기 바람을 쫴야 머리가 간신히 마른다. 긴 시간 열풍이 강하게 와 닿기 때문에, 안 그래도 건조한 머리칼이 빗자루마냥 퍼석해질 수밖에 없다.
이런 기자에게 다이슨이 최근 출시한 새로운 스타일링 툴 ‘플라이 어웨이’의 기능은 솔깃하게 다가왔다. 우선 어원부터가 잔머리를 뜻하는 영어 단어인 ‘플라이 어웨이 헤어(fly-away hair)’에서 왔다. 집에서도 ‘헤어 살롱’처럼 잔머리를 매끄럽게 가라앉혀 준단다. 정말 그럴까. 기대감을 안고 약 2주간 체험해봤다.
우선 플라이 어웨이 노즐은 ‘코끼리 코 모양’이 연상되는 독특한 외형을 가지고 있다. 한 손에 쏙 잡히는 사이즈다. 다이슨 슈퍼소닉 끝부분에 끼워 드라이 기능으로 머리를 말린 뒤, 이 도구를 끼워 머리에 갖다 대면 잔머리가 정리된다. 접합부 부분엔 자석이 있어 쉽게 탈착할 수 있다.
가장 큰 장점은 ‘한 손’을 써서 ‘짧은 시간’ 내에 머리 손질을 완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용 첫날엔 머리를 말리고, 노즐 사용까지 20분 넘는 시간이 소요됐지만, 사용법이 손에 익자 시간이 10분 안팎으로 줄어들었다. 머리를 말리는데 약 7~8분(최고 풍속 기준), 노즐 사용에 약 5분가량이 걸렸다.
드라이기와 빗의 경우 두 손을 다 써야 하는 데다, 각도를 맞춰야 해서 시간이 적어도 30분 이상 소요된다. 손기술이 없다면 괜히 머리를 망칠까 시도하기도 부담스럽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바쁜 아침, 준비 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이고 잠을 늘리고 싶은 직장인에겐 유용할 듯하다.
뜨거운 바람이 필요 없다는 것도 장점으로 느껴졌다. 이 노즐의 권장 사용 온도는 다이슨 슈퍼소닉의 온도 4단계 중 1단계다. 피부에 닿아도 큰 부담 없이 따뜻한 수준이다. 요즘 같은 불볕더위에도 산뜻하게 머리 손질을 마무리할 수 있고, 머릿결도 상하지 않는다. 사용을 끝낸 다음 노즐 바깥 부분도 무리 없게 만질 수 있는 정도라 손이 델 위험도 없다.
미지근한 바람이 어떻게 머리를 제멋대로 움직일까. 핵심은 공기의 ‘온도’가 아닌 ‘흐름’을 조정해 대상을 움직이는 ‘코안다 효과’에 있다. 코끼리 코처럼 불룩 솟아 나온 노즐이 일차적으로는 긴 모발을 위로 들어 올리고, 이차적인 공기 흐름으로 잔머리를 긴 모발 아래로 감춰준다.
말은 간단하지만, 420명 이상의 전문 헤어 스타일리스트가 11억 건의 사례 자료를 수집해 분석해 나온 최적의 결과라는 게 다이슨의 설명이다.
다른 노즐과의 시너지 효과도 쏠쏠했다. 이달 새로 업그레이드된 다이슨 슈퍼소닉 풀 패키지에는 플라이 어웨이 노즐 외에도 △스무딩 △스타일링 콘센트레이터 △디퓨저 △젠틀 드라이까지 4개의 노즐이 더 있다.
특히 기자의 경우 머리 밑쪽에 파마가 돼 있는 상태라 웨이브를 살려주는 기능을 가진 디퓨저 노즐까지 이용하자 정말 미용실에 갔다 온 것마냥 깔끔한 머리가 됐다.
비싼 가격은 단점이라기보단 '돈값 한다'라는 결론으로 이어졌다. 플라이어웨이 노즐이 포함된 다이슨 슈퍼소닉 신제품의 가격은 46만9000원이다.
시중 드라이기와 비교하면 장벽이 있는 가격인 것은 분명 사실이다. 하지만 머리를 말린 이후 종합적인 머리 손질을 집에서 상시 할 수 있다는 점까지 포함해 손익계산서를 작성해보면 대체재가 없다고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