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한 청해부대 문무대왕함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기 수일 전부터 기침·고열 등 코로나19 의심 증상 보고가 있었지만 군 간부가 이를 묵살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20일 기자회견을 열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 소속 장병 아버지와의 전화통화를 공개했다.
코로나19 확진 장병 아버지는 “배 안에서 7월 2일부터 독감 환자가 발생했다. 독감에 병사들이 맛이나 후각을 못 느껴 ‘일반적인 독감일 리가 없다. 코로나19일 확률이 높다’고 보고했으나 묵살됐다”고 주장하면서 “병사들의 체온이 39~40도까지 오르는데 간부들은 감기약(타이레놀)을 두 알씩 주면서 버티라고 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합동참모본부는 청해부대에서 지난 10일 유증상자가 발생해 간이검사를 실시했고, 음성 판정이 나와 감기약을 처방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확진 장병 아버지의 증언이 사실이라면 이보다 8일 앞서서 선내에서 감염 징후가 포착됐음에도 늑장 대처로 일관하면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확산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이다.
코로나19 확진 여부를 걸러내지 못한 진단키트도 문제였다. 국방부가 문무대왕함 출항 전인 지난해 12월 코로나19 감별을 위해 ‘신속항원검사 키트’를 활용하라는 지침을 합동참모본부와 해군본부에 전달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해당 지침은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 출항 전인 올해 1월부터 시행하게 되어 있는데, 문무대왕함은 감별 능력이 떨어지는 ‘신속항체검사 키트’만 가져가면서 군당국의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안일한 인식을 표출한 꼴이 됐다. 실제 문무대왕함 내 코로나19 사태 초기 유증상자 40여 명이 신속항체검사에서 음성 반응을 보여 코로나19 확산 예방 조처가 늦어졌다는 지적이다.
확진 장병 아버지는 “집단생활을 하는 특성상 감염 위험이 컸는데 치료용 산소통도 확보를 안 했다. 기초적인 대비도 안 한 군을 보니 답답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