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Z세대의 취업법 ② ](하) “교통비 안들어 좋지만…공간ㆍIT기기 갖추기 힘들어요”

입력 2021-07-22 05:00 수정 2021-07-22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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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서울시 시민제안 게시판에 ‘AI 면접비를 지원해주세요’란 제목의 제안이 올라왔다.

게시자는 “현재 원룸에서 자취하고 있는데 아시다시피 대학가 주변 원룸은 공간이 매우 열악하다. 더 깔끔한 환경에서 면접을 보고 싶어 스터디 카페 회의실을 대여하자 총 세 번의 면접을 보면서 5만 원 가까이 지출하자 걱정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AI 면접에 응시하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공간 임대료를 지원해달라고 요구했다.

MZ 세대 취업준비생(취준생)이 새로운 채용 과정에 바쁘게 적응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면접관의 등장에 이를 어떻게 돌파할지 고심하는 한편, 새 노트북 등 IT기기와 응시 공간을 마련해야 해 부담을 느끼는 취준생도 많다.

AI 면접처럼 전에 본 적 없는 채용 과정을 맞닥뜨린 취준생들은 당황하고 있다. AI 면접은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면접자의 표정, 음성 등을 분석해 평가하는 방식이다. 이제 막 도입되기 시작한 지라 경험해본 사람도 적다.

취업 관련 네이버 카페에도 ‘AI 면접 응시해본 분 계신가요?’, ‘AI 면접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어요’ 등 관련 질문이 거듭 올라오고 있다. 취준생들 사이에서는 ‘립펜슬로 입꼬리를 올려 그리면 웃는 모습으로 변한다’는 팁이 공유되기도 한다.

최근 한 공기업 AI 면접에 응시했다는 이 모(27) 씨는 “AI 면접을 따로 준비한 적이 없어 ‘꿀팁’을 찾아 취업준비 카페와 유튜브를 뒤졌다”며 “시험을 보는 중에도 미소를 유지해야 한다는 댓글을 봐 시험을 보는 내내 미소를 유지하느라 애먹었다”고 토로했다.

응시 장소를 확보하거나 랩톱 등 IT 기기를 구하느라 애먹는 이들도 있다. 비대면 필기시험을 응시하는 경우 높은 사양 PC와 휴대폰을 동시에 활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확보하지 못하면 시험에 응시할 수조차 없다.

최근 IT 개발 직군에 응시해 자택에서 코딩테스트를 치른 한 취준생은 “테스트에 응시하기 위해 웹캠을 중고로 샀는데 이마저도 품질이 좋지만은 않아 불안했다”며 “시험 응시 환경 정도는 기업이 마련해줬으면 한다”고 꼬집었다.

집에서 시험에 응시하는 때에는 주변 환경도 정돈해야 한다. 웹캠이나 휴대전화 카메라를 활용해 응시 환경을 점검하기 때문이다. 시험시간 동안 외부인이 출입하거나 큰 소음을 내면 실격 처리가 될 수도 있다. 가족과 함께 사는 취준생 처지에선 가족을 내보내거나, 본인이 집 밖으로 나가야 하는 일이 생긴다.

한 비대면 채용 솔루션 관계자는 “비대면 시험을 응시하는 도중에 키우는 강아지가 짖어 실격 처리가 된 예도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취준생 대부분은 비대면 면접에는 긍정적이다. 특히 수도권 외 지역에 거주하는 취준생들은 이동에 대한 부담이 줄었다며 취업 준비에만 몰입할 수 있다고 말한다.

강원도 춘천시에 거주하는 취준생 전 모(25) 씨는 최근 비대면으로 서울시 소재 스타트업의 채용 면접을 봤다.

화상회의 솔루션인 줌(Zoom)을 통해 면접을 진행했다는 전 씨는 “코로나 19 이후에 본가(강원도)로 돌아왔는데 서울까지 가지 않고도 면접을 볼 수 있어 편리했다”며 “이동이나 숙소에 대한 부담이 적어지니 면접 준비도 더 충실히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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