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론으로 세상 읽기] 재택근무를 대면한 노동시장의 고민

입력 2021-07-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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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영 포항공대 인문사회학부 교수

유례 없는 팬데믹이 발생하면서, 많은 이들의 근무 환경이 바뀌어가고 있다. 그 중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이 재택근무의 활성화이다. 전 사회적 ‘거리두기’의 영향으로 어쩔 수 없이 시작되었던 재택근무가 이제는 하나의 트렌드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물리적으로 재택근무가 불가능한 직종도 있으나, 사무직 정보기술(IT) 기업을 중심으로 전면 또는 부분 재택근무로 전환되는 경우가 늘어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노동시장의 가장 큰 질문은 “재택근무가 업무 효율과 생산성을 상승시키는가”이다.

재택근무는 개인의 업무 효율과 집중도를 상당 부분 상승시킨다. 업무를 빠르고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 나머지 시간을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노동자에게는 대면근무를 할 때보다 신속하고 정확하게 일을 처리할 유인(incentive)이 있다. 또한 재택을 한다는 것 자체를 어느 정도의 보상으로 느끼기 때문에 그에 대한 보답으로 업무를 더 열심히 하기도 한다. 여기에 적용할 수 있는 개념이 효율임금이론(efficiency wage theory)이다. 노동자가 더 많은 임금 또는 보상을 받으면 더 높은 생산성을 낸다는 이 이론에 따르면, 재택의 자유도나 출퇴근이 없는 상황 자체를 보상으로 느끼고, 더 열심히 일을 하게 되는 것이다.

반면, 대면근무를 하는 경우 많은 노동자들이 출근을 하고 자리를 지키는 것 자체가 노동을 하는 것이고 자신의 의무를 어느 정도 다하는 것이라 인식하거나, 휴식시간을 충분히 보장받지 못한다고 인식하곤 한다. 이에 더해 물리적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것이, 직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심리적인 안정감을 제공해 주기도 한다. 때문에 의도적으로 태업을 하고도, 그것이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물론 대면근무의 장점도 분명히 있다. 가장 큰 장점은 의사소통의 효율성이다. 많은 연구에 따르면 목소리만 듣는 것보다 얼굴을 보고 바디 랭귀지(body language)까지 곁들여 대화를 하는 것이 의사소통에 있어 훨씬 효율적이고 효과적이다. 때문에 한 공간에서 함께 근무하는 것이 업무나 회의 진행의 효율성을 높이곤 한다. 또한 한곳에 모여 있으면 서로의 행동을 관찰할 수 있기 때문에, 협업의 관계에서는 서로에게 자극이 되어 주기도 하고, 관리자에게는 부하 직원들의 업무 태도를 감시·통제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런데 IT 기술의 발전으로 이러한 대면 근무의 장점 역시 비대면 상황에서도 어느 정도 충족될 수 있게 되었다. 화상 회의 기술의 발전으로 여러 사람들이 동시에 상대방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게 되었고, 화면 공유는 물론 화이트보드를 함께 사용하듯 서로의 손글씨를 쓰고 지우며 회의를 할 수도 있게 되었다. 이에 가상현실 기술까지 더해지면서 영화에나 나올 법한 ‘가상 대면회의’의 상용화도 조만간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통제나 감시의 기능도 소셜 미디어 기술을 통해 어느 정도 해결이 되고 있다. 협업을 위한 온라인 플랫폼이 상용화되어 실시간으로 업무의 진행 상황을 확인하고 보고 받음으로써, 어느 정도의 통제와 감시도 가능하게 된 것이다.

가상과 현실 사이의 장벽을 무너트리는 기술 발전 속에서, 재택근무에 대한 고민은 이제 업무 효율성과 생산성의 범주를 넘어서야 한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공간 및 기자재 관련 비용뿐만 아니라 대면근무 관련 각종 수당(allowance) 지출 절감을 생각해 볼 수도 있다. 노동자의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자유로워지는 근무환경에 매료되어 성과급 중심의 급여 체계로의 전환이 진행될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갑자기 찾아온 재택근무의 유행이 노동시장의 혁명이 될지, 돌이킬 수 없는 팬데믹이 될지는 이러한 우리의 고민에 달려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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