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2020 도쿄올림픽, 결국 막 올랐다

입력 2021-07-2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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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2020 도쿄올림픽’의 막이 올랐다. 참 험난한 과정이었다.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올림픽 1년 연기라는 사상 유례없는 일까지 겪었다. 일본 내부에서조차 “도쿄올림픽 정상 개최 확률 ‘0%’” “도쿄올림픽 개최는 망상에 가깝다”라는 말이 쏟아져 나왔다.

우여곡절 끝에 개회식은 열렸고, 17일간의 열전이 시작됐다. 다만 예전과 같은 분위기는 아닌 듯하다. 개회식 당일 행사장 안의 소리보다 행사장 밖 시위대의 목소리가 더 높았다고 하니, 분위기를 짐작할 만하다.

자국민마저 반대하는 대회 강행으로 ‘축하’라는 단어도 마음 편히 사용할 수 없었던 이번 개회식의 하이라이트는 각국 선수단의 입장에 환호할 관중이 없었다는 것이다. 앞으로 진행될 대부분의 경기가 무관중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하니 선수들에게는 외로운 싸움이 될 듯하다.

코로나19 시대 암울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 이번 개회식을 두고 해외 언론에서는 “장례식 같다” “침울하고 가라앉은 분위기다” “조금 더 축제다웠어도 좋았을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코로나19 위기로 전 세계인이 극도의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상황에서, 개최국 일본으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어찌 됐든 올림픽은 올림픽이다 보니,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도 설렘과 흥분은 전해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그 어느 때보다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이번 주말 올림픽 소식은 가뭄 속 단비와도 같았다. 양궁과 태권도, 펜싱 등에서 우리나라 선수들의 연이은 승전보가 전해지자 나도 모르게 환호했고, 그 순간만큼은 코로나19로 인한 시름마저 잠시 잊었다.

안산 선수가 자신이 10점에 꽂은 화살을 다시 뒤에서 꽂는 순간에는 희열마저 느꼈으며, 한국 펜싱의 ‘맏형’ 김정환 선수가 메달을 땄을 때는 함께 벅차올랐다. 장준 선수가 태권도에서 첫 메달을 확보하자 “장하다, 장준”이란 소리가 절로 나왔다.

이것이 스포츠의 힘인가보다.

하지만 여전히 불안하다. 도무지 잡히지 않는 코로나19 확산세 때문이다. 개막은 했지만 언제라도 대회는 중단될 수도 있다. 여기에 이번 올림픽을 동일본 대지진과 원전 사고를 극복한 ‘부흥의 상징’으로 삼고자 하는 일본 정부의 노골적인 야욕도 문제다.

이 과정에서 주 타깃이 우리나라가 되다 보니 더 불편하다. 우리 선수단은 이번 올림픽에 출전하면서 현지에 급식지원센터를 만들어 한식을 공급받는다. 이에 일본 언론은 물론 정치인들까지 나서 “일본 농부들에게 상처를 줬다”며 비난을 쏟아냈다.

하지만 이는 선수들의 영양 관리를 위한 것으로, 대한체육회는 평창올림픽을 포함해 최근 여섯 차례 참여했던 올림픽에서 모두 별도의 급식지원센터를 운영했다. 일본이 동일본 대지진의 아픔으로부터 회복했음을 알릴 수 있는 ‘후쿠시마산 식단’을 우리 선수단이 고의로 거부했다는 주장은 다소 억지가 있는 것이다.

또 태풍 네파탁이 일본에 북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원전사고지 인근의 야외 구장을 고집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시할 수밖에 없다. 자신들의 건재함을 증명하기 위해 올림픽을 이용하고 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도쿄올림픽은 코로나 시대 첫 올림픽이다. 정치적 이유였든 경제적 계산이었든 이 혼돈의 상황에서 대회를 개최한 것만으로 충분히 의를 가질 수 있다. 과한 욕심은 부흥은커녕 또 다른 위기를 불러올 수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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