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도래한 원격이민 시대…6억 명 잠재적 원격 근무자

입력 2021-07-25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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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원격 근무서 신흥국 비율 82%
세계 IT 기술·금융 전문직 등 6분의 1이 원격근무 가능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 있는 사무실 자리들이 비어 있다. 필라델피아/로이터연합뉴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 있는 사무실 자리들이 비어 있다. 필라델피아/로이터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국경을 넘나드는 왕래가 제한되면서 타국에 작업을 주문하는 기업들의 움직임이 가속화하고 있다. 여행 금지 조치나 근로자의 귀국 시에도 문제없이 사업을 계속해 나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에 디지털 인프라의 발전을 바탕으로 물리적으로 국경을 넘지 않더라도 다른 나라 기업의 일을 맡아서 하는 ‘원격이민(Telemigration)’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고 25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진단했다.

온라인 용역 발주자와 수주자를 연결하는 글로벌 최대 기업 호주 ‘프리랜서’의 회원 수는 지난해 말 5080만 명으로 전년 대비 890만 명 증가했다. 올해 6월 시점에서는 5310만 명을 기록, 코로나19 사태 이전을 30% 가까이 웃돌았다.

미국에서는 이민에 대한 비자 발급이 급감했다. 디지털 업무 등을 대상으로 하는 H-1 비자는 2019년 10월부터 작년 9월까지 전년 대비 30% 줄었으며, 올해 들어서도 50% 감소 추세다. 자국민 고용 제일을 내건 도널드 트럼프 전 정권이 비자 취득 조건을 엄격하게 한데다가 코로나19 여행 제한까지 겹친 결과다.

▲왼쪽) 미국 H-1B 비자 발급 추이 / 오른쪽) 인터넷을 통한 업무 발주 추이. 하늘색:원격 근로자 수(단위 만 명)·파란색:업무 발주 건수(만 건). 출처 니혼게이자이신문
▲왼쪽) 미국 H-1B 비자 발급 추이 / 오른쪽) 인터넷을 통한 업무 발주 추이. 하늘색:원격 근로자 수(단위 만 명)·파란색:업무 발주 건수(만 건). 출처 니혼게이자이신문

북미 지역에 많은 IT 인력을 보내온 인도 인포시스와 타타컨설턴시서비스(TSC) 등 메이저 IT 아웃소싱 업체에서는 기술자들에 대한 비자 발급 거부가 잇따랐다. 그러나 이들 업체의 북미 매출액은 줄어들지 않았다. 원격이민이 보여준 효과다. 벤카트라만 라마크리슈난 TSC 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원격 극무는 장소나 비자에 관계없이 인력을 배치할 수 있어 서비스 제공 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원격이민’이라는 말을 창안한 리처드 볼드윈 스위스 제네바 국제경제대학원 교수는 “원격 근무가 노동의 주체가 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단언했다. 특히 신흥국에서 국경을 넘나드는 원격 근무의 존재감이 높아지고 있다. 옥스퍼드대학에 따르면 글로벌 원격 근무 일자리 중 중 신흥국 비율은 지난해 82%에 달했다. 이들 국가 임금이 선진국 대비 저렴하다는 점 등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도의 시간당 임금 중앙값은 10달러로 미국(33달러)의 3분의 1 수준이다.

앞으로 이러한 추세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일의 대부분이 원격으로 대응 가능해지면서 확장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세계 IT 기술자와 금융 전문직 등의 약 6분의 1은 원격근무가 가능하다”면서 “세계 노동력 인구 중 약 6억 명은 잠재적 원격 근로자가 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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