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들이 전기차 윤활유 사업에 일제히 뛰어들고 있다. 전기차 수요 증가로 새로운 ‘알짜 사업’이 될 수 있다는 전망 때문이다. 다만, 전기차 특성상 성장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6일 이투데이 취재 결과 최근 정유업계가 윤활유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지만, 성장 속도 등 사업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우선 안정적인 수요를 바탕으로 전기차 윤활유가 새로운 알짜사업이 될 것이란 관측이 있다.
전기차 시장조사기관 EV볼륨즈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시장 규모는 올해 462만 대에서 2025년 1276만 대로 증가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전기차용 윤활유 시장 역시 지난해 1000만 리터에서 2025년 6000만 리터로 6배 늘어날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2030년까지 세계 전기차용 윤활유 시장이 연간 24% 이상 성장할 것으로 관측하기도 했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보급률의 증가세를 볼 때 전기차 윤활유 시장은 반드시 성장할 수밖에 없다”라면서 “정유사들이 이에 발맞춰 경쟁적으로 전기차 윤활유를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전기차 윤활유 시장이 제한적일 것이란 의견도 있다. 내연기관차용 윤활유와 비교해 현저히 적은 소모량 때문이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현재 전기차 윤활유는 내연기관차에서 소모하는 윤활유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라면서 “현재 전기차 보급률이 낮은 탓에 향후 애프터마켓(유지보수시장)이 형성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짚었다.
전기차용 윤활유가 반영구적이라는 점도 성장성의 한계로 지적됐다. 실제로 기존 윤활유의 교환주기가 5000~3만㎞이지만 전기차용 윤활유는 10만~15만㎞에 달한다.
이 관계자는 “전기차 윤활기유는 한 번 주유하면 반영구적”이라면서 “애초에 내연기관차용 윤활유만큼 수요가 발생하기 어려워 시장 형성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유사들은 일제히 전기차 윤활유 사업에 뛰어드는 상황이다.
26일 특허청에 따르면 에쓰오일(S-OIL)은 최근 ‘S-OIL SEVEN EVolution’이라는 상표를 출원했다. 업계에서는 하반기 출시 예정인 전기차용 윤활유의 브랜드로 쓰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에쓰오일의 프리미엄 윤활유 제품인 ‘에쓰오일 세븐’에 전기차의 약자인 ‘EV’를 앞세워 진화(evolution)라는 의미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전기차 윤활유는 지난해 개발을 마치고 올해 하반기 출시할 예정”이라면서도 “아직 브랜드명은 확정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루브리컨츠는 2013년부터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전기차용 윤활유를 공급해왔다. 특히, 올해는 지난해보다 판매량을 두 배 높게 잡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GS칼텍스는 지난달 ‘킥스 이브이(Kixx EV)’라는 브랜드로 전기차 전용 윤활유 제품을 출시했다.
현대오일뱅크도 연내 하이브리드 전용 윤활용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