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톡!] 상표의 지정상품은 다다익선이 아니다

입력 2021-07-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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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환구 두리암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특허발명의 보호범위는 청구범위에 적혀 있는 사항에 의하여 정해진다. 기술을 넓게 기재한 청구항과 함께 다양한 구현 예를 촘촘하게 구성한 청구항도 필요한 이유이다. 이와 달리 상품분류기준에 따라 상품을 지정하여 등록하는 상표는, 선택된 지정상품이 많다고 좋은 것만은 아니다. 특허는 연구개발의 결과물인 발명의 공개에 주어지는 보상이므로,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에도 실시를 강제할 뿐 특허를 취소하지는 않는다. 코로나19 백신 특허 관련 논의에서 보듯, 공익적 필요가 제기되어도 강제실시권 발동은 쉽지 않을 정도로 특허권자의 권리는 보호된다.

상표는 그렇지 않다. 상표는 상표권자의 상품을 타인의 상품과 구별하기 위해 선택하는 표장이기 때문이다. 선택된 등록상표가 사용되지 않는다고 해서 그 사용을 강제할 공익은 인정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선택에 불과한 상표가 사용되지 않는다면 그 상표권을 보호할 이유도 없다.

상표로 쓰이는 기호나 문자는 무제한이 아니므로, 사용하지 않고 보유만 하는 상표는 타인의 선택권을 방해하는 행위가 될 수 있어서이다. 그래서 우리 상표법은 등록만 하고 3년 이상 사용되지 않는 상표에 대해 취소심판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미국은 실제 상거래에 사용된 상표만 등록해 준다. 상표 사용 의사표시로도 출원할 수는 있지만, 등록 단계에서 미국 내 상표 사용실적을 제출해야 한다. 이런 사용주의 입장은 2021년 12월 27일 시행되는 개정법에서 더욱 강화된다. 미국은 개정법에서 등록심사 중에도 상표 불사용에 대한 증거를 제3자가 심사관에게 제출할 수 있도록 해서, 사용 증거 조작으로 등록받는 경우를 막는다. 상표를 등록한 뒤 사용하지 않으면 누구라도 간편하게 취소를 청구할 수 있고, 심사관 직권으로도 취소가 가능하게 된다.

등록 후 사용을 인정하는 한국에서도 상표는 사용하거나 사용 예정 제품에 대해서만 등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국은 지금도 사용하지 않는 상품에 대한 상표 등록을 차단하지만, 개정 상표법으로 더욱 엄격한 심사과정을 예고하고 있다. 상표 사용 증거를 조작하는 사례가 많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상표는 지정상품 추가가 가능하므로, 나중에 사용할 상품에 대해서는 그때 추가 등록하면 된다.

문환구 두리암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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