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광화문 떠나는 '세월호 기억공간'…서울시-시의회 반목하나

입력 2021-07-27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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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세월호 희생, 유가족 아픔 기릴 방안 적극 검토"

▲27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 설치된 '세월호 기억공간'에서 유가족 측 관계자가 전시물을 서울시의회로 옮기고 있다. (홍인석 기자 mystic@)
▲27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 설치된 '세월호 기억공간'에서 유가족 측 관계자가 전시물을 서울시의회로 옮기고 있다. (홍인석 기자 mystic@)

광화문 광장에 있던 '세월호 기억공간' 철거 논란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서울시와 유가족 측은 철거와 광화문 광장 재구조화 공사 이후 대안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지만 정치권이 가세하면서 세월호 기억공간이 서울시의회로 임시 이전됐다. 시의회가 주체자로 등장하면서 서울시와 재차 반목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4ㆍ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는 27일 기자회견을 열어 “희생자 사진을 비롯해 기억공간 내에 있는 전시물과 기록물들을 유가족들이 직접 정리한 뒤 서울시의회 1층에 마련된 전시관에 임시 보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시와 유가족 측은 전날까지 철거 여부를 두고 대치했다. 서울시는 새로운 광화문 광장 조성사업을 위해 전날 철거를 요구했지만 유가족 측은 일방적인 통보라며 반발했다. 유가족 측은 일각에서 제기된 '조성사업 이후 기억공간 재설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다만 생명과 안전, 민주주의 역사를 광화문 광장에 담을 방안을 서울시와 협의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양측이 강경하게 맞섰지만 정치권이 가세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유경근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에게 무엇이 문제인지 알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고 말했다. 그는 "같은 시기에 서울시의회에서 연락이 와 서울시 이야기가 어떤 게 사실이고 문제인지 물었다"고 덧붙였다.

정치권이 개입해 강제 철거 등 물리적 충돌 우려는 일단락됐지만 기억공간을 두고 서울시와 시의회가 또다시 충돌할 수밖에 없게 됐다. 그간 서울시와 시의회는 새로운 광화문 광장 조성사업은 물론 조직개편안과 주요 사업까지 여러 갈등을 겪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은 기억공간 존치 근거가 될 조례를 발의했다. 어떠한 구조물도 설치하지 않는 열린 광장으로 조성하겠다는 서울시 취지와 부딪히는 조례다. 이현찬 시의회 행정자치위원장은 전날 ‘서울시 광화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민주화, 안전의식 제고, 역사적 사실 등을 기억할 수 있는 전시관과 동상, 부속 조형물을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민주당이 시의회 110석 중 101석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조례가 통과할 가능성이 크다. 다음 달 27일부터 열리는 제302회 임시회에서 조례가 통과하면 유가족은 세월호를 포함한 민주주의 역사를 광화문 광장에 설치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서울시의회 관계자는 "시의회가 나서 기억공간 임시터를 마련해주고 조례도 발의했다면 서울시가 난감할 수밖에 없다"며 "서울시가 협의에 나서는 게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유가족 측과의 대화 창구를 열어놓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서울시는 보도자료를 통해 "가족협의회가 정리된 의견으로 제안해 주면 광화문 광장 기능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세월호의 희생과 유가족의 아픔을 기릴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세월호 기억공간'은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기 위해 설치됐다. 참사 3개월 후 진상 규명과 세월호 특별법 제정 등을 요구하기 위한 천막과 분향소가 차려졌다. 이후 2019년 4월 12일 천막이 철거되고 2개의 전시실과 시민참여공간, 진실마중대 등으로 구성된 기억공간이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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