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정유업계에 윤활유 사업이 새로운 '알짜 사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윤활유 소비가 급증한 데 더해 공급량까지 줄면서 사업성이 개선된 영향이다.
30일 이투데이가 1997년 이후 올해까지 상반기 기준 한국석유공사의 석유제품별 소비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국내 윤활유 소비는 378만 배럴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직전 최고 기록은 2010년 306만 배럴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소비가 주춤했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70%가량 급증했다.
한국윤활유공업협회 관계자는 "작년 경제가 안 돌아가면서 생산이 멈추자 윤활유 소비도 줄었다"며 "경제 활동 저조로 가장 큰 타격을 받았던 윤활유가 정상 궤도를 회복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하지만 절대적인 소비 규모 자체가 큰 만큼, 단순히 기저효과로 보기보다는 윤활유 시장 자체가 커지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윤활유는 기계의 마찰 면에 생기는 마찰력을 줄이거나 마찰 면에서 발생하는 마찰열을 분산하는 제품이다. 업종과 대상을 막론하고 수요처가 다양하다.
가장 대중적으로 쓰이는 자동차 윤활유의 경우 신차 판매와는 별개로 차량 관리 차원에서 윤활유 소비가 유지돼 상대적으로 시황의 영향을 적게 받는 특징이 있다.
여기에 최근 윤활유 소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설, 선박 등 분야에서 경기가 개선세를 보이면서 윤활유 소비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전체 국내 소비량 중에서 차량용 윤활유는 20% 정도고 나머지는 산업, 선박 등 기타 분야"라며 "그 부분에서 물량이 많이 증가하면서 윤활유 소비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일례로 조선업계의 경우 올해 상반기까지 수주량이 지난해보다 8배 증가한 800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를 수주했다. 2008년 이후 최대치다.
이런 수요 증가에 더해 최근 공급까지 줄면서 정유사들은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실제로 윤활기유 마진은 1분기 배럴 당 60달러(약 6만9000원) 수준에서 2분기 87달러 수준으로 개선됐다.
이에 힘입어 정유사들은 실적 개선세를 이어가고 있다. 낮은 정제마진 등으로 정유 부문에서 부진했던 실적을 윤활유 사업이 보완하는 모양새다.
정유 4사 중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한 현대오일뱅크는 2분기 윤활기유 부문에서 921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전체 영업이익의 34.6%가 여기서 나왔다. 영업이익률은 32.7%에 달한다.
에쓰오일(S-OIL)도 윤활기유 부문의 영업이익이 4734억 원으로 전체 영업이익의 40% 가까이 차지했다.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GS칼텍스와 SK이노베이션 등도 비슷한 상황일 것으로 업계는 예측한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앞으로도 윤활기유는 고품질 제품에 대한 높은 수요로 스프레드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