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도핑 조작 출전금지 러시아…오명 속 선전하는 ROC 선수들

입력 2021-07-28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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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언급 금지' 징계안은 잘 안 지켜져

▲26일 열린 2020 도쿄올림픽 펜싱 여자 사브르 개인 메달 수여식 전경 (연합뉴스)
▲26일 열린 2020 도쿄올림픽 펜싱 여자 사브르 개인 메달 수여식 전경 (연합뉴스)

러시아라는 이름 대신 ROC(러시아올림픽위원회) 소속으로 2020 도쿄올림픽에 참가한 선수들이 선전을 이어가고 있다.

ROC는 27일 10시 30분 기준 금메달과 은메달 각 7개와 동메달 4개 등 총 18개 메달을 획득하며 종합 4위에 올랐다. 남녀 기계체조 단체전 제패를 포함해 사격, 수영, 태권도, 펜싱, 다이빙 등등 다양한 종목을 아우르며 얻어낸 성적이다.

국가 이름으로 참가 하지 못했으나 스포츠 강국다움 모습을 뽐내고 있다. 러시아는 이번 대회에 300명이 넘는 선수단을 보냈지만 국가 이름을 달지는 못했다.

러시아가 2020년 12월 스포츠중재재판소(CSA)로부터 도핑 샘플을 조장했다는 혐의를 인정받아 주요 국제 스포츠대회 참가를 2년간 제한하는 징계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나마 2019년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러시아 모스크바 반도핑 연구소의 도핑 샘플이 조작됐다며 내린 4년간의 출전 금지 처분에 러시아가 반발해 CSA가 기간을 줄여준 것이다.

해당 징계에 따라 러시아는 2022년 12월 16일까지 러시아 이름으로 국제 대회에 참가할 수 없다. 대표적으로 2020 도쿄올림픽과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2022 카타르 월드컵 등이 있다.

▲26일 열린 2020 도쿄올림픽 기계체조 남자 단체 메달 수여식 전경 (연합뉴스)
▲26일 열린 2020 도쿄올림픽 기계체조 남자 단체 메달 수여식 전경 (연합뉴스)

징계 대상은 러시아이므로 러시아 선수들은 국제 대회 출전이 가능하다. ROC 소속 선수가 메달을 획득해도 러시아 통산 메달 기록에 포함되지 않으며, 메달 수여식에서 국기 게양을 할 수 없다. 금메달을 따더라도 러시아 국가 대신 차이콥스키 1번 교향곡이 나온다.

또한, CSA 징계에는 ROC 참여 대회에서 러시아올림픽위원회(Russian Olympic Committee)라는 정식이름 대신 반드시 ROC라는 약어로 칭해야 하는 등 ‘러시아’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말 것이라는 지침도 명시돼있다. ‘ROC=러시아’라는 정체성을 가리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23일 일본 도쿄 신주쿠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개막식에서 ROC(러시아 올림픽 위원회) 선수단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23일 일본 도쿄 신주쿠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개막식에서 ROC(러시아 올림픽 위원회) 선수단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이는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도쿄 올림픽 개회식에서 ROC가 입장할 때 러시아 국가명이 장내방송을 통해 영어, 일본어, 프랑스어로 언급된 바 있다. 남자 배구 경기 장내방송도 ROC팀 소개를 러시아올림픽위원회로 풀어 설명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한 러시아 언론인은 “우리가 징계를 받은 건지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러시아 관계자들은 선수들이 올림픽에 나서기 전 미리 '불편한' 질문에 대해 대비를 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현지 언론은 러시아 당국이 도쿄 올림픽 참여자 전원에게 정치, 사회문제, 도핑 금지 관련 질문에 대한 답변 가이드라인을 제공했다고 보도했다. 가이드라인은 ‘가장 좋은 답변은 질문을 넘기는 것’이라고 명시돼있다는 후문이다.

러시아는 과거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도 도핑 검사 결과를 조작해 국제올림픽 위원회(IOC)의 징계를 받고 평창올림픽에 참여하지 못한 전적이 있다. 러시아 선수들은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단’(OAR)으로 출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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