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코로나19로 되살아난 ‘대마불사(大馬不死)’

입력 2021-07-29 06:00 수정 2021-07-29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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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경진 자본시장부 차장

“‘대마불사’가 코로나19로 되살아나고 있다.”

주식시장을 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호재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상장사들의 주주 친화정책에 실적 개선까지 이어지면서 무상증자나 배당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고, 주가 역시 코로나 이전 대비 하락한 상장사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심지어 하나투어, 모두투어, 노랑풍선, 참좋은여행이나 진에어, 대한항공 등 항공사들은 오늘내일한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지만, 주가는 코로나19 이전 대비 두 배가 넘게 올라 있다.

해당 회사의 직원들은 매출 급감에 무급휴직 등으로 편의점 알바와 같은 파트타임이나 일용직까지 하면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인 것을 생각해 보면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모순적인 상황인 기업으로는 대한항공과 신라호텔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대한항공은 올해 2분기 영업이익 흑자를 내면서, 작년 2분기부터 4분기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대한항공 흑자는 화물 부문 덕분이라고 평가하지만 실상은 코로나19로 어렵다며 상당수 직원을 휴직 처리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휴직 처리한 직원들의 기본급 지급마저 국민의 세금으로 90%를 정부가 대한항공 대신 지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은 흑자 경영이 바탕이 돼 경쟁사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서 사실상 독점 체제를 완성했다. 동시에 어려움을 겪던 경영권 분쟁마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통해 한번에 해결했다. 휴직 처리 안 된 직원들은 코로나19를 이유로 급여를 20% 넘게 깎였다. 항공 운항 관련 직원들은 비행수당 등이 없다 보니 월급이 반 토막 났지만, 조원태 대표는 작년 자신의 연봉을 25.7% 인상했다.

신라호텔 역시 마찬가지다. 정부는 면세점 업계의 어려움을 해소해 주고자 면세품을 온라인을 통해 내국인에게 판매하도록 허용해 주는 등 여러 지원에 나섰다. 그런데도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호텔신라 직원들은 유급휴직하거나 주 4일제 시행 등으로 평균 급여 20%를 줄였다. 물론 이부진 사장의 지난해 연봉은 50% 인상했다.

재벌이나 부자들과 마찬가지로 공무원, 직장인 대부분은 코로나19로 인해 소득이 줄지 않았다. 반면 코로나19 장기화와 방역 규제 등으로 저소득층과 서민층이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다. 이달 들어 강화된 거리두기에 더 이상 버티지 못한 자영업자들의 줄폐업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자영업자뿐이겠는가. 택시를 비롯해 코로나19 이전부터 누적돼 온 어려운 취업 시장은 더욱 얼어붙어 갈 곳 없는 실업자 등등 당장 생계가 막막한 이들이 늘고 있다.

그런데도 여당과 야당은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추진한다. 이름은 재난지원금인데 재난을 당하지 않은 국민까지 지원금을 지급하다 보니 정작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가뭄에 단비’가 아닌 그냥 ‘가뭄’이다. 미국, 프랑스, 독일과 같은 선진국에서 자영업자들에게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의 지원금을 지급해 준다고 한다. 1인당 GDP 1만 달러가 되지 않는 동남아 국가 중에서는 정부가 건물주에게 임대료를 내리게 한 대신 세제 혜택을 주는 제도를 시행한다고 한다. 아무리 눈 씻고 찾아봐도 전 국민 대상 재난 지원금을 지급하는 나라는 찾을 수가 없다.

‘대마불사’는 쫓기는 큰 말(대마)이 위태롭게 보여도 필경 살길이 생겨 죽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러나 대마를 강한 돌로 인식해 ‘설마 죽으랴’하고 방심하다가 실착, 완착으로 죽이는 일도 많다. 전문기사의 대국에서도 대마가 몰사하는 장면이 곧잘 나온다.

코로나19로 경제난과 치솟는 실업률, 극심한 빈부 격차로 인한 불평등 갈등이 전 세계 곳곳에서 폭동이 일어나거나 사회적 갈등이 야기되고 있다. 지금이라도 실제 피해를 본 국민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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