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모리반도체 업체 마이크론이 176단 모바일용 낸드를 업계 최초로 양산한다고 밝혔다. 낸드 적층 단수가 높을수록 더 낮은 가격으로 고용량의 낸드를 생산해 원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어 글로벌 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이다.
마이크론은 30일(현지 시간)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초고속 5G용 176단 범용 낸드플래시 UFS 3.1 모바일 솔루션을 본격적으로 양산한다고 밝혔다.
마이크론은 “이 제품은 이전 세대보다 75% 빠른 순차 쓰기와 70% 빠른 랜덤 읽기 속도를 지원한다”라며 “2시간 분량의 4K 영화를 단 9.6초 만에 다운로드 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데이터 저장 용량은 기존 제품 대비 최대 2배 향상됐다.
이 제품은 중국 스마트폰 브랜드 아너(Honor)의 하반기 플래그십 스마트폰 ‘아너 매직3’에 탑재될 예정이다.
앞서 마이크론은 지난해 11월부터 176단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양산해 고객사에 공급하기 시작했고, 약 8개월 만에 모바일용 양산에도 나서며 시장 공략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낸드 시장 점유율 5위 수준인 마이크론이 적층 경쟁에서 기술력을 과시하면서, 메모리 반도체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특히 낸드 시장에서 30% 넘는 점유율로 1위를 사수해온 삼성전자의 경우 기술 초격차가 좁혀지는 것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삼성전자는 최근 진행된 2분기 실적 발표에서 176단 제품 출시가 뒤처진 건 기술력의 문제로 보기 어렵다고 일축했다.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 담당 부사장은 "삼성의 고민 지점은 단수 그 자체가 아니다"라며 "어떤 식으로 쌓아 올려야 효율성 측면이나 원가 측면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지 최적의 시점과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하반기 업계 최소 셀 크기의 7세대 176단 V낸드 기술이 적용된 소비자용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출시에 나선다. SK하이닉스 역시 연말부터 176단 낸드 양산에 들어간다.
한편 해외 경쟁사의 기술 추격 속도는 경계해야 하지만, 마이크론의 기술력 과시가 실제적인 위협이 되기는 어렵다고 보는 업계 시각도 있다.
마이크론의 176단 제품의 경우 그간 회로에 전류가 흐르는 구멍을 두 번 뚫어 만든 ‘더블스택’ 제품인데, 삼성전자의 경우 '싱글스택'을 기반으로 128단 V낸드 제품을 완성했기 때문이다. 이를 단순 계산해 봐도 더블스택 적용 시 250단이 넘는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는 논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