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진출기업 사업 철수·축소시 신중한 대응 필요"

입력 2009-01-20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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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연구원, 회복시 시장 재진입 힘들어 전략적 관리 필요

산업연구원은 20일 러시아가 최근 세계금융위기와 국제유가 하락 등으로 경제난을 겪고 있지만 국내 기업들이 이를 이유로 성급하게 현지 사업을 철수하거나 축소할 경후 추후 시장 재진입에 큰 부담을 안게 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신중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산업연구원은 이날 발표한 '글로벌 금융위기와 러시아의 대응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1997~1998년 외환위기와 러시아의 대외 채무지불 중단(모라토리엄) 사태 당시 겪었던 대(對)러시아 교역 감소와 진출 기업들의 시장 점유율 변동을 근거로 이런 진단을 제시했다.

한국의 금융위기와 러시아의 모라토리엄이 발생한 1998년을 전후해 3년 연속으로 수출입 모두 침체를 보였고, 당시 외국기업들은 물론, 국내 금융기관과 업체들도 대거 철수하거나 영업을 축소했지만 삼성과 LG 등 일부 대기업은 영업망을 확충하고 마케팅을 강화해 위기 뒤 시장 지배력에서 큰 격차가 벌어졌다.

우리나라의 대러 수출도 1997∼1999년 최고 42%대까지 3년 연속 감소했지만 2000년 이후에는 두 자릿수 증가세로 돌아서 2005년 이후에는 매년 40∼60%대의 초고속 성장을 나타냈다.

특히 전략산업인 자동차는 러시아가 지난 11일부터 9개월간 승용차 관세를 25%에서 30%로 높이는 등 관세를 올렸고 지난해 5월 "러시아에서 판매되는 자동차의 80% 정도는 러시아에서 생산돼야 한다"는 푸틴 총리의 언급을 감안할 때 현지 생산·투자 철수나 지연시 초래될 시장지배력 감소 가능성 등을 검토해야 한다는 게 산업연구원측 지적이다.

김석환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출 의존형 경제구조인 한국은 소비시장과 원자재의 안정적 공급지가 필요하다"고 전제하고 "지역적 인접성과 산업간 보완성, 원자재의 안정적 공급 측면에서 러시아시장을 전략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러시아 정부가 중앙은행의 통화공급 증대와 원유 수출세 감면 등을 포함한 2000억 달러 규모의 구제금융 패키지를 내놨지만 산업연구원은 향후 러시아 경제의 관건은 국제 유가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김 연구위원은 "국제유가가 연평균 배럴당 70달러 이상을 유지하면 러시아는 위기를 빠르게 극복하고 기업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세계 경제에서 위상을 강화할 기회를 잡을 것"이라며 "그러나 유가하락이 지속되면 경제위기가 가속화되고 러시아의 국가자본주의 경향이 강화돼 투자가 더욱 위축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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