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부격차·기회 불평등이란 부작용 낳아...사회 불만 고조
공정성 강조하기 위해 '규제와 통제'로 급선회
대대적 규제 따른 실업난 새 역풍 될 수도
중국의 ‘개혁개방’의 기치 아래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 중국 빅테크 기업이 당국의 규제 속에 속절없이 휘청이고 있다. 40년 넘게 개혁개방 노선을 유지해왔던 정부가 ‘규제와 통제’로 급속도로 방향키를 전환한 영향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최근 분석기사에서 “중국 시장이 통제로 급속히 기운 것은 40년 넘게 추진해온 개혁개방 노선의 역사적 전환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레드 캐피털리즘(붉은 자본주의)’이 2단계로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중국이 추구한 레드 캐피털리즘이 자본주의 시장 경제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서도 공산당의 일당체제에 의한 통제는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었다면 지금은 중국이 전자보다는 후자, 즉 ‘통제’에 방점을 찍었다는 것이다.
월가 대형은행에서 중국 파트를 담당했던 금융전문가 칼 월터와 프레이저 호위가 2010년 출간한 책 ‘레드 캐피털리즘: 장막 뒤에 숨겨진 중국 금융의 현실’에서 중국이 추구해온 자본주의 상징으로 처음 이 단어를 제시했다. 레드 캐피털리즘은 중국의 독특한 경제 생태계를 구축하는 토대였다. 빅테크 기업들의 폭풍 성장을 비롯해 일대일로 이니셔티브를 통한 외국 투자 확대, 디지털 위안화의 발 빠른 상용화 추진 등이 모두 레드 캐피탈리즘이 있었기에 가능한 성과였다.
하지만 시대는 변했고, 40여 년간 유지한 레드 캐피털리즘도 변화의 시기를 맞게 됐다. 최근 중국 정부는 민간기업을 고사시킬 수준의 고강도 규제를 펼치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다. 중국 경제발전의 상징인 IT 기업은 물론 사교육 업체들에 이르기까지 전방위로 강경책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사교육 기업과 관련해서는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사교육을 전면 금지하는 정책을 내놓으면서 이들 기업을 부도로 내몰고 있다.
그간 수십 년간 각종 규제를 완화해주며 민간기업의 성장을 지원해왔던 행보와는 대조적이다. 중국 정부는 왜 이처럼 변했을까. 여기에는 ‘현재 절체절명의 위기에 있다’는 공산당의 절박함과 초조함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은 ‘레드 캐피털리즘’ 하에 고성장 시대를 구가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빈부격차와 기회의 불평등이라는 부작용이 심화했다. 일부 거대 기업들에 부(富)가 집중되고 이들이 공룡기업으로 성장하면서 빈부 격차가 확대를 조장한다는 비판이 생겨났고, 사교육 성행으로 인한 교육비 상승 등 기회의 불평등이 커졌다. 또한, 주택가격이 폭등해 ‘내 집 마련’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중국의 고성장에 대한 과실이 재분배되지 않는 문제가 심각해졌다.
닛케이는 “중국 지도부는 국민의 경제적인 불만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까지 이르게 됐다”며 “시장에 ‘공평과 정의’를 요구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수십 년간의 산아 제한 정책이 최근 저출산 고령화라는 역풍으로 돌아와 경제를 흔들고 있다. 무분별한 도시개발 등으로 인한 기후변화 가속화도 중국 경제성장 모델의 대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 경제전문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중국 정부의 목표는 그들이 실패했다고 주장하는 서구체제인 자본주의와 오늘날의 중국 경제가 연관이 있다는 인식을 거부하는 것에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레드 캐피털리즘 2단계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당장 중국의 대대적인 규제로 기업 경영이 위축돼 극심한 실업난이 발생한다면 국민의 불만이 한층 더 커지는 역풍이 발생할 수도 있다. 특히 중국의 예측 불가능한 ‘돌발 규제’로 글로벌 투자자들 사이에서 중국 투자에 신중론이 커지는 것도 경제에는 직격탄이 될 수도 있다. 국내에서 ‘돈나무 언니’로 불리는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먼먼트 최고경영자(CEO)는 “중국 기업들의 밸류에이션 재조정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밸류에이션 관점에서 볼 때 이들 주식 가치는 떨어졌고 추가로 하락할 것”이라고 경종을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