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국민지원금, 일관성도 형평성도 잃었다

입력 2021-08-0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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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정치경제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생 국민지원금 지급대상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소득 하위 88% 기준을 둘러싼 가구 간 형평성 논란에 더해 경기도가 상위 12% 가구에 대한 별도 재난지원금 지급을 추진하면서 지역 간 형평성 논란도 불가피하게 됐다.

국민건강보험료로 소득을 추정하는 게 적절하냐에 대한 논의는 차치하더라도, 전 국민에 대한 재난지원금 지급이 취약계층에 대한 집중지원보다 효과가 떨어진다는 점은 지난해 이미 검증됐다. 따라서 정부도 비판을 무릅쓰고 ‘선별 지원’ 방침을 고수했다. 그런데도 여당은 추가경정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끊임없이 전 국민 지급을 요구했다. 지급대상이 하위 80%에서 88%로 정리된 뒤엔 경기도 시·군들이 나서서 다시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두 가지 측면에서 또 다른 문제를 낳을 우려가 있다.

첫째, 또 다른 형평성 논란이다. 국민지원금 선별 지급 취지는 어려운 계층에 더 많이 지원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경기도는 다른 시·도에 비해 재정이 넉넉하고, 시 지역은 도민들의 소득수준도 높은 편이다. 반대로 강원, 경북, 전남 등은 상대적으로 재정이 열악하고, 도민들의 소득수준도 낮다. 이런 점에서 경기도의 행보는 국민지원금 취지를 왜곡하는 것이다.

둘째, 정부의 신뢰·권위 하락이다. 기획재정부는 추경을 편성하는 과정에서 여당의 압박에 지급대상을 소득 하위 70%에서 80%로 늘렸다. 이후 추경 심의 과정에서 88%로 늘렸다. 이제는 경기도에 한해 100%로 늘게 됐다. 이런 식으로 정부가 휘둘리고 정책이 변동되면 앞으로 다른 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도 같은 문제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가구 간 형평성도 중요하고, 모든 국민을 포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형평성과 포용성을 내세운 정책이 정책의 일관성 내지는 통일성을 훼손해선 안 된다. 정부가 신뢰를 잃고 권위를 잃는다면 앞으로 뭘 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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