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덮친 회색 코뿔소…‘빚더미’ 헝다, 인터넷 사업 지분 매각·정부는 펀드 조성

입력 2021-08-02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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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텅네트워크 지분 11%, 텐센트 등에 약 4813억 원에 매각
중국 정부, 국영기업 디폴트 방지 나서
총 37조 달하는 펀드 잇달아 신설
자원·부동산 중심으로 지방정부 산하 국영기업 경영 불안정

▲2017년 3월 28일 홍콩에서 열린 에버그란데 실적 발표 기자회견에서 그룹 로고가 보인다. 홍콩/로이터연합뉴스
▲2017년 3월 28일 홍콩에서 열린 에버그란데 실적 발표 기자회견에서 그룹 로고가 보인다. 홍콩/로이터연합뉴스
중국에서 부채가 ‘회색 코뿔소(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쉽게 간과하는 리스크)’로 떠오르자 기업과 정부가 비상에 걸렸다.

중국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중 가장 부채가 많은 헝다(恒大·에버그란데)그룹은 인터넷 사업부인 ‘헝텅네트워크’ 지분 11%를 총 32억5000만 홍콩달러(약 4813억 원)에 매각하기로 했다고 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헝다그룹은 텐센트에 헝텅네트워크 지분 7%를 20억7000만 홍콩달러에 매각할 예정이다. 4%의 지분은 익명의 매수자에 11억8000만 홍콩달러에 넘기기로 합의했다.

헝다그룹은 지난해부터 유동성 문제로 어려움을 겪어온 데다가, 최근에는 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돈줄을 조이기 시작하면서 부채 문제를 둘러싼 시장 불안이 고조됐다.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헝다의 신용등급을 잇달아 강등하기 시작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지난달 26일 헝다 신용등급을 기존 ‘B+’에서 ‘B-’로 두 단계 하향 조정했다. 같은 달 29일에는 피치가 신용등급을 기존 ‘B’에서 부도 현실화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되는 ‘CCC’로 내렸다.

한편 중국 정부는 경기 부양과 고용 유지를 위해 국영기업 디폴트(채무 불이행) 방지에 나섰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중국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국영기업을 지원하는 펀드를 잇달아 조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계획 중인 펀드를 포함하면 그 규모는 총 2100억 위안(약 37조3884억 원)에 달한다.

지난해 7월 중앙정부가 1000억 위안의 신용보증기금을 설립한 데 이어, 올해에는 톈진시가 200억 위안의 펀드를 설립했다. 허난과 허베이성은 지난 1년 동안 각각 300억 위안 규모의 펀드를 출시했으며, 윈난성은 이들보다 좀 더 큰 규모의 펀드를 계획하고 있다.

지방정부의 본보기가 된 신용보증기금 설립은 중앙정부 산하 국영기업 경영이 건전한 경우가 많아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예방적 색채가 강하다는 평가다. 지방 국영기업도 전체적으로는 경영이 안정돼 있다. 중국 재정부에 따르면 경영 안정도를 나타내는 자산 부채 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62.2%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와중에도 불구하고 크게 상승하지 않아다.

다만 지방에서는 자원이나 부동산 관련 등 경영이 외부 환경에 좌우되기 쉬운 국영기업들이 존재한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지난 3월 후베이성 정부가 출자하는 광산업체 지중에너지는 3월 디폴트가 일어났다. 이 회사는 시스템 문제를 이유로 들었지만, 투자자들의 불안과 경계 심리는 더 커졌다.

신용평가사들은 중국 중앙·지방정부의 잇단 펀드 신설과 관련해 “투자자들에게 안정감을 가져다 준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다만 지역 고용 안정을 중시한 지원과 구제가 중심이 되면 좀비기업들이 연명하면서 국영기업 경영개혁이 더 늦어질 수 있다고 닛케이는 지적했다. 지원 관련 높은 투명성이라는 원칙과 장기적으로 채무 문제 해소를 위한 기업 자체의 비즈니스 경쟁력 향상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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