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치료제, 좀처럼 나오지 못하는 이유는?

입력 2021-08-0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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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가장 효과적 항체치료제는 모두 링거로 투약해야
코로나바이러스 연구 자금, 팬데믹 전 전체 감염병의 0.5% 불과
“알약 치료제 절실하나 개발에 최소 수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항체치료제를 개발한 미국 제약사 리제네론의 뉴욕 연구시설에서 과학자들이 작업하고 있다. 뉴욕/AP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항체치료제를 개발한 미국 제약사 리제네론의 뉴욕 연구시설에서 과학자들이 작업하고 있다. 뉴욕/AP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시작된 지 1년 반이 경과했다. 그러나 전 세계 과학자들은 아직도 코로나19에 효과적이며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화이자와 머크, 일본 시오노기 등 일부 제약사가 알약으로 된 치료제 임상시험에 들어갔다. 여전히 팬데믹을 종식시킬 치료제 등장에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백신보다 치료제 개발이 이렇게 오래 걸리는 이유에 대해 분석했다.

미국 보건당국은 지금까지 10종의 약물을 승인하거나 사용을 권장했다. 그 중 2종은 효과가 없는 것으로 판명돼 승인이 취소됐다. 미국 정부는 최근 3종에 대해서도 새로운 변이주에 대한 효과가 없어서 출하를 중단시켰다.

조기 치료에 좋은 약품은 투여하기가 까다롭다. 일부 약물은 중증 환자에 대해서만 효과를 볼 수 있다.

병원체인 프로헬스뉴욕의 대니얼 그리핀 감염병 부문 대표는 “솔직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제한돼 있다”며 “극적으로 효과 있는 치료 방법이 없다”고 한탄했다.

WSJ는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이 어려운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으며 특히 상황 변화가 심한 팬데믹에 대응하기 위한 의약품 연구·보건 인프라의 부족이 부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정부는 백신의 신속한 개발에 자원을 집중해 성공을 거뒀다. 상대적으로 치료제 연구·개발(R&D)은 저조했다. 미국에서 치료제 임상시험이 산발적으로 진행돼 시험에 참여할 환자 확보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효과적이지만 투약 방법이 어려운 치료제는 미국 보건 의료 시스템에서는 환자에게 제공하는 것이 쉽지 않다.

치료제 등장은 절실하다. 백신 미접종자 사이에서 인도발 델타 변이로 신규 감염자가 급증하고 있다. 많은 나라에서 백신 접종 속도가 둔화하고 있으며 가난한 나라들은 백신 부족에 직면했다. 코로나19에 100% 효과적인 백신은 존재하지 않는다.

조 바이든 미국 정부는 최근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32억 달러(약 3조6900억 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싱크탱크 밀켄연구소에 따르면 현재 225종 이상의 치료제가 임상시험 중이다. 신약은 물론 강박 장애, 통풍 등 다른 질환 치료제가 코로나19에도 효과가 있는지 시험하는 단계도 포함됐다.

부족한 연구

치료제를 찾는 다양한 움직임에도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바로 부족한 연구다.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의 바니 그레이엄 부소장은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의 문제점은 해당 연구를 하는 사람이 세계에서 매우 적다는 것”이라고 한탄했다.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과 2012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의 유행으로 코로나바이러스 연구 필요성이 떠올랐다. 그러나 유행이 가라앉으면서 관심이 크게 희미해졌다. 의약품 연구자 대부분은 암과 류마티스 관절염, 간염 치료제 등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약품 개발에 주력했다.

의학 전문지 랜싯에 게재된 분석에 따르면 2000~2017년 전 세계에서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연구에 투자된 금액은 5억 달러로 감염병 연구 전체에 투입된 비용의 0.5%에 불과했다.

‘중구난방’ 연구 통제할 시스템 결여

리서치업체 인포마파마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미국의 650건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치료제 연구가 수천 건 시작됐다.

보건 전문가들은 전 세계 연구진의 ‘중구난방’ 노력이 정리가 안 돼 팬데믹에 신속하게 또는 효과적으로 대응하는데 적합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재닛 우드콕 미국 식품의약국(FDA) 국장대행은 “여러 연구진이 경쟁하면서 전반적으로 연구가 느려졌다”며 “더 체계적으로 접근했다면 치료제를 찾아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드콕이 공동 저자로 참여했던 올해 2월 논문에 따르면 지난해 11월까지 전 세계에서 실시된 2895건 시험군 중 치료 방법을 바꿀 가능성이 있을 만큼 충분한 데이터가 나온 것은 5%에 불과했다.

장비 부족

FDA는 지난해 11월 리제네론과 일라이릴리 등이 개발한 코로나19 항체치료제를 긴급사용 승인했다. 이들의 항체치료제는 초기 단계 감염 환자에 효과가 있으며, 초기 임상시험에서 입원이나 사망 위험을 70%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작년 11월부터 올해 5월 초까지 미국 병원과 진료소로 배송된 약 100만 회분 중 49%만이 쓰였다.

권위 있는 전문가 패널이 임상시험 3상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승인을 주저한 것이 원인 중 하나였다. 미국 국립보건원(NIH)과 미국전염병학회는 각각 2, 3월에 해당 약물 사용을 권장했다.

병원도 신약을 채택하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신약은 1시간에 걸쳐 정맥에 주입할 필요가 있었으며 그 다음 1시간은 부작용을 관찰해야 했다. 또 코로나19 감염자가 암이나 다른 질병으로 치료를 받는 환자들에게 병을 전파할 우려가 있어 별도의 시설이 요구됐다.

결국 의사들은 감염 초기 항바이러스제를 알약 형태로 투여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는 지속적인 지원과 인내심이 요구된다.

NIAID의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 부서 책임자인 칼 디펜바흐는 19080~90년대 에이즈 치료제 개발 경험을 예로 들면서 “효과가 높고 부작용은 덜한 치료제를 찾는 데 몇 년이 걸리고 정부와 대학, 제약업계 간의 더 많은 조정과 제휴가 필요할 것”이라며 “코로나19 치료제 개발과 관련해 비상 단계에서 지속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단계로 이행해야 한다. 이번 사태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면 또 다른 상황이 도래했을 때 신만을 찾을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고 경종을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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