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공무원 육아휴직’ 저조한 서울시…"승진 포기하는 일"

입력 2021-08-0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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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1-08-05 17: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남성 공무원, 승진 기회 박탈당할까 육아휴직 꺼려
승진 위해 '자리 잡는' 공무원들…"육아휴직 하면 자리 못 잡아"
"제도적 보완책 필요…육아휴직 중에도 승진 기회 열려야"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남성 공무원들이 특별휴가인 '육아시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서울시가 일ㆍ가정 양립에 한 걸음 다가섰다. 하지만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이 주요 공공기관보다 저조해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서울시 연도별 육아휴직 현황을 살펴보면 남성 공무원 육아휴직률은 2015년 15.1%를 기록한 데 이어 2019년에는 22%로 집계됐다. 2019년 기준 전체 사용자 281명 가운데 남성 공무원은 62명이다.

육아휴직은 '지방공무원법'에 따라 만 8세 이하의 자녀, 취학 아동이면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인 자녀를 양육하기 위해 사용하는 제도다. 여성공무원이 임신이나 출산했을 때도 육아휴직을 할 수 있다.

대상자 꽤 있는데…육아휴직률 낮은 서울시

서울시 남성 공무원 육아휴직률은 다른 공공기관과 비교하면 높은 편이 아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완수 의원이 인사혁신처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남성 육아휴직자 비중은 해양경찰청(58.7%), 법무부(58.0%), 국토부(54.9%), 중소벤처기업부(53.3%) 순으로 나타났다. 행정부 남성 공무원 육아휴직자 비율이 높아지고 있지만 서울시는 더디게 늘고 있다.

민간기업과 달리 공공기관은 남성 육아휴직률이 높아지고 있다. 부부가 맞벌이한다고 가정했을 때, 남성 공무원이 육아휴직을 하는 것이 소득 보전에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시는 이 추세에 편승하지 못하고 있다.

임희정 한양사이버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는 "보통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남편보다 아내가 임금이 더 높아서 남성 육아휴직률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소득 보전 때문에 남성 공무원이 육아휴직을 많이 한다고 하더라도 육아휴직 대상자가 적어 이런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시 육아휴직 대상자가 적다고 보기는 어렵다. 육아휴직 대상자(육아휴직률)는 △2015년 2127명(11.2%) △2016년 2108명(11.7%) △2017년 2056명(12.8%) △2018년 2139명(12.1%) △2019년 2050명(13.7%)으로 집계됐다. 대상자 가운데 실제 육아휴직에 들어간 공무원은 230~281명 사이다. 여성 육아휴직 비율은 2015년 약 85%에서 2019년 77.9%로 하락했지만 여전히 여성 공무원이 압도적으로 많다.

"육아휴직? 승진 포기하는 것…제도 보완해야"

서울시 남성 공무원 육아휴직률이 낮은 이유는 바로 승진 때문이다. 육아휴직 사용은 승진을 포기하는 일이나 다름없어서다. C 공무원은 "휴직을 못 하게 하는 분위기는 없지만 승진이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는 서울시만의 문화가 영향을 끼친다. 서울시 공무원 사이에서는 승진을 위해 '자리 잡는다'라는 공식이 통용된다. 승진하려면 근무평가를 높게 주는 보직에서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뜻이다. 아무리 근무평가를 높게 주는 자리라도 육아휴직을 하면 직원을 평가 방법이 없고, 비어있는 자리는 곧바로 다른 사람이 메운다. 육아휴직이 '자리 잡기'에 걸림돌로 작용해 승진에 밀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서울시 남성 공무원들은 획기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D 공무원은 "재택근무를 확대하거나 육아휴직을 하더라도 승진 기회가 박탈되지 않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울산시는 육아휴직 중인 공무원은 '우'(상위 60% 이내) 이상 점수를 주는데 이런 제도를 차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구성원 가운데 MZ세대가 차지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이들의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며 "육아휴직 기간 겪는 현실적인 문제도 제도 개선을 통해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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