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업계가 희귀질환 파이프라인 확보에 공을 들인다. 환자 수가 적어 정확한 치료 방법이 없거나 승인받은 치료제가 한정적이지만, 희귀질환 의약품 시장은 연평균 11% 이상 성장해 2024년에는 315조 원 이상으로 커질 전망이다. 희귀질환 의약품은 개발에 따른 세금 감면, 허가 신청 비용 면제 등의 혜택을 받고 개발 시 독점권을 부여받아 글로벌 시장 진입이 비교적 쉬운 만큼 신약 개발 분야의 블루오션으로 꼽힌다. 이에 제약바이오업계는 관련 시장 진출을 새로운 먹거리 사업으로 택하고 있다.
4일 이투데이 취재 결과 새롭게 희귀질환 의약품 시장에 뛰어들고, 유망한 희귀질환 물질을 가진 바이오텍과 손잡고 오픈이노베이션을 시도하는 제약사가 늘고 있다.
희귀질환 치료제 ‘헌터라제’의 상용화에 성공한 GC녹십자는 올해도 희귀질환 파이프라인 강화를 위해 오픈이노베이션을 이어가고 있다. GC녹십자는 지난달 일본 돗토리대학교와 GM1(신경퇴행성 질환) 경구용 샤페론 치료제 개발을 위한 공동연구 및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이에 GC녹십자는 치료제 개발을 위한 신규 후보 물질을 발굴하고, 이후 비임상 독성시험 및 임상시험을 거쳐 추후 글로벌 상업화에 도전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GC녹십자는 미국 바이오기업 스페라젠(Speragen)과 희귀난치성질환인 ‘SSADHD(Succinic Semialdehyde Dehydrogenase deficiency, 숙신알데히드 탈수소효소 결핍증)’의 치료제 공동 개발 계약도 맺었다. 헌터라제를 통해 검증받은 효소 치료제 기술력을 바탕으로 SSADH 치료제 제제 개발부터 임상ㆍ바이오마커 연구 등을 진행할 예정이고, 올해 전임상을 시작으로 내년 하반기 임상 1/2상에 진입한다는 계획이다.
GC녹십자 측은 “상업화한 희귀질환 치료제인 ‘헌터라제’가 효소 치료제인 만큼 관련 노하우를 활용해 이를 활용한 희귀질환 파이프라인에 힘주고 있다”라고 말했다.
SK플라즈마는 지난달 희귀난치성 질환 치료제 등을 포함한 신규 바이오 시장 진출을 위해 11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섰다. 이번 유상증자에는 희귀 난치성 질환의 R&D(연구개발) 전문 역량을 보유한 티움바이오가 참여하고, SK플라즈마는 티움바이오와 함께 바이오 영역에서 공동 연구 개발을 추진하며 희귀질환 치료제 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제약바이오업계에서 희귀질환 치료제 파이프라인 강화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한미약품이다. 한미약품은 5월 바이오 신약 랩스트리플아고니스트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폐섬유증 치료를 위한 희귀의약품으로 추가 지정받으면서 FDA, EMA(유럽의약품청),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6개 파이프라인에서 10건의 적응증으로 총 17건의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은 기록을 갖게 됐다. 이는 국내 제약사 중 최다 건수다.
희귀의약품 지정은 희귀ㆍ난치성 질병의 치료제 개발 및 허가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로, 가령 FDA에서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받으면 세금 감면, 허가신청 비용 면제, 동일계열 제품 중 처음으로 시판허가 승인 시 7년간 독점권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한미약품은 아직 희귀질환 치료제를 상용화한 사례는 없지만, 현재 항암신약 ‘오락솔’, 성장호르몬 결핍증 치료제 ‘에페소마트로핀’을 비롯해 임상 2상을 4건 진행 중이다. 한미약품 측 관계자는 “기존에는 자체 연구소에서 후보물질을 개발하는 방식을 주로 택했다면 최근에는 국내 제약사, 산학 연구, 해외 바이오 벤처와 손잡고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유망한 희귀물질을 발굴해 치료제로 개발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라며 “최근 공식 출범한 임성기 재단을 통해 의료 미충족 수요가 큰 희귀질환 극복을 위한 연구 지원 및 인재 양성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희귀질환 의약품 시장은 계속 커지고 있고, 치료제가 없는 질환이 많아 처음 치료제가 출시되면 독점권, 세금 감면, 허가 신청 비용 면제, 빠른 출시 등 다양한 이점이 있어서 글로벌 제약바이오 회사도 공을 들이는 시장”이라며 “최근 제약바이오업계는 이 같은 이점을 보고 유망한 희귀질환 물질을 가진 바이오텍과 오픈이노베이션 등을 통해 관련 시장에 진출하는 추세다. 희귀의약품 시장은 연평균 11% 정도 성장하고 있고 2024년에 300조 원 이상 시장 커질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