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망자, 국가·지역 별로 많고 적은 이유는?…“소득 격차가 결정적”

입력 2021-08-0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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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사망 위험 높지만, 일본 사망자 수 적어
소득 격차 작은 북유럽, 전체 인구 대비 사망자 유럽 평균 밑돌아
평등한 사회일수록 공동 대응에 적극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3일 자원봉사자들이 노숙자들에게 식품과 옷 등을 나눠주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EPA연합뉴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3일 자원봉사자들이 노숙자들에게 식품과 옷 등을 나눠주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EPA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이 1년 반 넘게 지난 지금도 이 전염병에 대한 많은 의문의 답이 나오지 않고 있다. 지역과 국가에 따라 사망자 수가 다르게 나오는 것도 대표적인 수수께끼다.

전 세계 연구자들은 유력한 이유로 의료 대책이나 기후, 지리적 조건이 아닌 소득 격차를 꼽고 있다고 최근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보도했다.

노인의 코로나19 사망 위험이 가장 높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8%로, 전 세계 평균인 9%를 크게 웃도는 일본의 사망자 수는 놀라울 정도로 적다.

코로나19 확산 이전에 인플루엔자가 대유행한 지역은 코로나19 감염을 억제할 수 있다는 연구도 있지만, 그 결과를 의문시하는 시각도 있다. 봉쇄 조치와 감염자 수, 사망자 수 사이에 일관된 상관관계도 없다.

결국 전문가들은 국가와 지역에 따라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달라지는 이유로 소득 격차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한 데이터 과학자는 이코노미스트에 “최근 분석 모델을 여러 번 조정해 41종의 변수와 미국 각 주의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연관이 있는지 살펴본 결과 소득 격차와 인구 밀도, 인구당 요양시설 입주자 수가 중요한 변수였으며 그중 영향이 큰 것은 소득 격차였다”고 말했다.

일례로 소득 격차가 작은 북유럽 국가는 전체 인구 대비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유럽 평균을 밑돌았다.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초기 자연적인 집단면역을 추구하며 방역을 느슨하게 했던 스웨덴도 마찬가지다.

지니계수가 0.29인 프랑스는 0.34의 영국보다 초과 사망이 훨씬 적다. 초과 사망은 사망자 수가 예년에 비해 얼마나 많은지를 나타내는 수치다. 지니계수는 1과 가까울수록 불평등이 심하다는 것을 가리킨다.

플로리다주는 코로나19 감염 확대에 따른 행동 규제가 다른 주보다 느슨했던 기간이 길었음에도 인구당 사망자 수는 미국 평균 이하였다. 소득 격차가 현저하게 큰 뉴욕주는 코로나19 사망자도 월등이 많았다고 이코노미스트는 강조했다.

캐나다 맥길대학의 프랭크 엘가 교수는 84개국을 조사한 결과 지니 계수가 1% 상승하면 코로나19 사망률이 0.67%포인트 오른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런 흥미로운 상관관계가 왜 발생하는지는 별로 연구되지 않았다. 이코노미스트는 납득할 만한 이유로 3가지를 꼽았다.

첫 번째는 기저질환이다. 하버드대학의 2016년 연구에서는 소득 격차가 큰 지역일수록 평균 수명이 짧았다. 가난한 사람은 소득이 줄어들수록 건강 상태가 가파르게 악화된다. 코로나19 감염이 중증으로 발전되기 쉬운 비만 등의 기저질환은 소득 격차와 관련 있다.

두 번째는 노사관계다. 상대적으로 평등한 국가일수록 노동자의 협상력이 강해 팬데믹 상황에서 고용주의 대응을 요구하기가 쉽다.

일례로 노동자 권리가 강한 스웨덴은 육류가공 종사자와 경찰관 등 현장에서 일하는 필수 작업자 사망 위험이 다른 직종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반면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실시된 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요리사와 택시 운전사 등 특정 직군에서 초과 사망이 크게 늘어났다.

세 번째 요인은 지역 주민 사이의 연계를 의미하는 ‘사회관계자본’과 관련 있다. 소득 격차가 큰 지역은 타인에 대한 불신이 강하고 지역 활동에 대한 관심이 적다.

즉, 라이프 스타일에 큰 차이가 있는 지역에서는 주민끼리의 유대감이 적어서 사회관계자본이 약하다. 그런 곳에서는 자발적인 격리와 마스크 착용 등 방역을 따르려는 의식이 희박하다. 반대로 말하면 평등한 사회일수록 방역에 더 적극적으로 따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소득 분배 제도는 하루아침에 개선할 수 없고 증세 등 소득 격차를 고치는 수단은 단점도 있다”며 “각국 정부가 당분간 소득 격차를 감안해 코로나19 대책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자발적으로 외출을 삼가는 사람들에게 장려금을 주는 등 경제적 인센티브를 부여하거나 가난한 아이들의 건강 증진에 힘을 써 성인의 건강상태 개선으로 연결하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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